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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씽크빅 창의력 없는 창의력 광고 (눈이 녹으면 봄이 옵니다)

칼 비테 2024. 1. 23.

이름이 정확히는 생각 안나는데 아이들의 창의력과 다양한 재능을 길러주자는 의미의 CF를 본 적이 있다. 거기에 보면 눈이 녹으면 뭐가 될까요? 라는 질문에 물이 아니라 봄이 옵니다 라고 대답하는 아이의 생각, 그런 생각을 지켜주고 길러주자는 내용을 설법한다.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저 대답에 가슴 한켠이 찡해지는 감동을 느끼면서 '와 역시 아이들의 순수함이란 다르구나' 라고 느낄지도 모르는 일이다.

눈이 녹으면 봄이 옵니다 유래

그러나 그 대사는 2001년에 일본에서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후르츠 바스켓에 나오는 어록이다. 애니가 2001년에 방송되었으니 원작 만화는 그 이전부터 출간되오고 있었다.

봄이 오면 항상 새싹이 돋아나요.
여름이 오면 항상 매미가 울어대요.
가을이 오면 항상 낙엽이 떨어져요.
겨울이 오면 항상 하얀 눈이 내려요.

그리고...
그 눈이 녹으면
뭐가 되는지 아세요?

눈이 녹으면봄이 와요.눈은... 반드시 녹아요.

- 애니메이션 후르츠 바스켓 中에서 -

눈이 녹으면 봄이 옵니다

출처 : 투니버스 후르츠바스켓 S1 EP07 (유튜브 링크로 연결 시 해당 멘트가 나오는 장면부터 재생)

이 애니메이션을 본 나로썬 저 대사가 어떻게 애들 창의력 기르자는 광고 카피로 들어갔는지가 궁금해졌다. 심지어 요즘 하는 광고 (아 검색해봤는데 나오질 않나 어디광고지) 조차도 예전 웅진씽크빅 CF에서 따온게 아닌가 싶다.

정답을 강요하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바꾸고 틀을 바꾸는 교육을 제시한다는 웅진씽크빅의 광고이다. 아이들의 재밌는 대답에서 웃음짓게 만들면서 창의력을 길러준다는 모토인데, 그래서 한때 인터넷에서 기발한 댓글을 달거나 하면 '와 님처럼 되려면 웅진씽크빅 하면 되나요?' 같은 반응이 나오기도 했었다.

여기까지 알아본 후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 창의력을 강조하는 광고 조차도 여러가지 모방의 집합체로 만들어졌을 뿐이라는 결론이다. 후르츠바스켓의 어록, 그리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 웃긴 오답모음들.

 

눈이 녹으면 뭐가 될까요 이 질문은 문과와 이과를 가르는 감별기 같은 공통 질문으로 유퀴즈에서 활용되기도 하였다.

광고인 박웅현씨에 대한 방송 안내문에서 본 적이 있는데, 눈이 녹으면 이라는 질문에 봅이 옵니다 라고 대답하는 광고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분이 정말 아이들과 같은 상상력을 가지고 그런 멘트들을 '직접 창조' 하셨는지 어땠는지는 알 길은 없다. 내 생각에는 창의력을 요하는 광고 카피라이터도 보통 사람보다 훨씬 많이 축적해놓은 자신만의 데이타베이스 속에서 어떤 광고를 만들때 적합한 카피를 짓기 위해 끄집어 내서 조합하는 쪽이 더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창의력도 경험에서 나온다.

왜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면 메모 습관이 남달라서 엄청나게 많은 종이조가리를 보물상자처럼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가. 창의력이라는 것도 그러한 수집과 경험 모방의 이후에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고, 전세계 수많은 CF를 비롯한 드라마 영화 방송 컨텐츠를 접해보고 흘러가는 동향을 판단하고 그 후에 패러디나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냥 평소에 좀 괴짜같고 특이한 사람이라고 뚝딱뚝딱 해서 그런 감탄 나오는 컨텐츠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눈이 녹으면 봅이 옵니다' 라는 구절은 여러가지 아이들의 창의력을 강조하는 글에서도 마치 그런 조사사례가 있었는데 저렇게 대답하는 아이가 있었다는 실화처럼 전해지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창의력이라는 것은 굉장히 많은 배경지식과 연구 고민끝에 나오는 것이지 절대 특이한 상상력만 있다고 나오는게 아니다.

회사생활에서 흔히들 신입사원에게 젊은 패기와 틀에 얽매이지 않은데서 나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대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 기대는 곧 사라지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결책은 결국 기존의 수많은 경험과 지식에서 도출된다는 걸 알게 된다.

올바른 창의력 교육이란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의 기발한 대답을 마냥 창의력이라고 지켜주는 게 또한 옳은 일인지도 자문을 해봐야겠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사람은? (죽었다) 이건 그냥 우스꽝스러운 오답일 뿐이지 창의력이라고 할 수 없다. 답은 아이작 뉴튼이 맞다.

다만 저런 식으로 단답형 문제를 내는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문제를 '만유인력이 작용하는 우리 주변의 현상에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런 식으로 내는게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답을 쓸때 생각을 좀 해보도록 만드는게 창의력 교육의 초석이 아닐까. 아니면 선생님에게 '뉴튼 이전에도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요?' 라고 질문을 하는 수업문화가 된다거나.

아 오랜만에 후르츠 바스켓 다시 보고싶네.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는 발상은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창의력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세상을 다르게 보는 여주인공의 순수한 마음씨에서 나왔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 글의 요지는 '눈이 녹으면 봅이 옵니다'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창의적인게 아니라, 평소에 많은 공부와 경험으로 그런 멘트들을 알고 있어서 필요시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이 창의적인게 된다는거다.

심지어 후르츠 바스켓도 아닌 더 이전에도 쓰이던 말이라는 댓글 제보도 있었다.

눈이 녹으면 봄이 옵니다 유래
눈이 녹으면 봄이 옵니다 유래

결국 다 앞에 사람이 했던거 가져다 쓰는....

세줄요약

1) 눈이 녹으면 봅이 옵니다 라는 말은 옛날에 후르츠바스켓 애니메이션에 나온 대사

2) 거기서도 창의력이나 기발한 생각으로 한 게 아니라 마음씨가 따뜻한 주인공이라 하는말

3) 창의력은 엉뚱한 발상에서 나오는게 아님, 반대로 정석코스를 남보다 더 파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보이는 것

제목은 어그로성으로 썼지만 생각해보면 저런 애니에서 구절을 찾아서 썼다고 해도 그렇게 잘 찾는거 자체가 업무 능력이고 하나의 창의력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희열은 잘 지내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