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한국어 가르쳐주는 아기
내가 감정 표현과 컨트롤을 잘 하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것과 달리, 우리 아이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선생님처럼 알려주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 유전은 어쩔 수 없는 건가... 그러다 보니 엄마한테 한국어 발음 이상한 걸 지적하면서 교정해주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그게 또 귀엽고 재밌다.
외국인이 잘 하지 못하는 한국어 발음중에 '적당히'가 있다. 아내가 이 단어를 말할때면 받침이 뭉그러지면서 정당히 졍~당히 이렇게 되버리곤 한다.
그러면 아이가 갑자기 하던 대화를 멈추고 따라해봐 적. 당. 히. 그러면 엄마도 적. 당. 히. 한 글자씩 또박또박 시킨다. 이번에는 붙여서 적당히. 그러면 엄마도 적당히. 열심히 가르쳐주는 아이와 거기에 장단을 맞춰주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귀엽다.
아이가 아는척 하는 것도 다 어릴때 부모가 알려준 것들을 그대로 습득해서 마치 자기가 할 줄 아는 것인 양 되풀이하는 것들이 많다. 막 말을 시작할 무렵, 자기가 좋아하는 단어들만 반복해서 따라하면서 외우곤 했는데, 그 때 이런 식으로 한 글자씩 시킨 다음에 붙여서 말해보라고 연습을 했었다.
지. 하. 주. 차. 장. 지하주따당~
장. 난. 감. 장강강~
어릴 때 자기가 연습하던 방식으로 이제는 엄마한테 시키고 있다니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어찌됐든 아이는 한국어가 모국어인 원어민인 셈이기에 문법을 알려주지 않아도 그냥 맞는 말로 반복해서 대화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어감을 깨치고 언어 감각을 습득할 수 있다.
그런 것들도 아내가 물어보면 척척 잘 대답한다.
엄마 : 선생님한테 말할 때 써주세요 라고 해야돼요 아니면 쓰세요 라고 해야돼요?
아이 : 써주세요. (딱딱한 말투로 말하며) 쓰세요는 화났을 때 하는 거잖아~
(웃음)
엄마 : 그러면 잘못했을 때, 죄송합니다 해야돼요 아니면 미안해 해야돼요?
아이 : 죄송합니다 해야지. 미안해는 친구들한테.
(웃음)
엄마 : 그러면 유치원 끝나고 집에 가요 라고 말해요 아니면 집에서 가요 라고 말해요?
아이 : 집에 가요.
(웃음)
한국어 능력시험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ㅎㅎ 외국인이 헷갈리는 한국어 표현 같은걸 물어봐도 척척 대답하면서 정답을 알려주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서로 한국어 중국어를 다 잘해서 2중 언어로 의사소통을 수월하게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두 언어를 다 잘하면 정말 말을 많이 하면서 대화량이 많아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점점 어려운 주제는 얘기할 수 없게 되고 언어 장벽이 갈수록 높아질 테니깐.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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