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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분만 진통후기와 출산시 남편이 해야할 일

칼 비테 2023. 6. 6.

자연분만으로 출산할 때 기록해놨던 후기를 다시 정리해본다. 물론 아내의 직접적인 고생이 가장 크지만, 남편도 출산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미리 사전에 숙지하고 준비를 해놓는 것이 좋다. 진통이 시작되면서 어떻게 대처할지, 준비물 등등

 

 

막상 아이가 나오니 예상은 했지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모든 신경이 아기에게 집중되고 한순간도 사적인 시간을 낼 여유가 없어진다. 더 시간이 흐르면 기억도 아득해질거 같아서 늦기전에 남겨놓는 출산의 기록이다.

 

'남편이 기록한' 아내의 출산후기

 

1. 출혈과 이슬

예정일 -9 / 출산 -2

 

집에 가족이 봐주러 와있다보니 최근들어 마트나 쇼핑몰에 자주가서 걷는 시간이 늘어났다. 주변 구경도 시켜주고 겸사겸사 산책도 많이 했다. 돌이켜 보면 그게 자연분만 순산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왜 요가하고 산책하고 하라고들 하는지 이해가 됨

 

예정일 일주일가량 남고 마음의 불안이 커져갈 무렵, 화장실에서 아래쪽을 확인하는데 약간 피가 비치는 것이 보였다고 했다.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건 이슬.

 

출산예정일 다가올 때 피나오는 정도에 따른 구분

  • 출혈 : 피가 주르륵 흐르는 정도, 바로 병원으로 올 것
  • 이슬 : 소변볼때나 패드 확인했을때 묻는 정도, 더 기다릴 것

그리고 자궁이 수축되는 것처럼 아랫배 통증이 심해져서 애기가 나오려나 싶었는데, 잠시 후에 잠잠해지고 다시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되서 잘 돌아다녔다. 피가 비친걸 보니 우리들 모두 이제 임박했구나 라고 생각은 함.

 

2. 가진통 진진통

예정일 -8 / 출산 -1

 

인터넷으로 중국어와 한국어로 작성된 수많은 출산후기들을 찾아봤고 대략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머리속에 그려질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막연하게 두렵고 무섭기는 하지만 ㅠㅠ

 

오전에 아내가 자궁수축 진통이 느껴져서 출산이 임박했나 싶었고 회사에서 언제라도 퇴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또 괜찮아진 후 아무 반응이 없어서 저녁때까지 회사일을 다 마치고 정상퇴근했다. 다행이 내가 있을때 저녁부터 아내는 배가 다시 살살 아파왔다.

 

진통 간격에 따른 대응

  • 간격이 10분이내 : 병원 튀어갈 준비로 대기
  • 5분 간격으로 일정 : 이제 곧 나오니 병원으로 이동

신기하게도 점점 이렇게 진행이 된다. 생리통이 평소에 매우 심한 편이었는데 오후 8시 무렵부터 그정도 혹은 좀더 아픈 수준의 진통이 한번씩 찾아왔다. 이때 진통 체크하는 어플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왜냐면 막상 아픈게 빈도와 길이가 얼마인지 잘 감이 안오기 때문이다. 대략적으로 주관적인 느낌으로 판단하는 것보다 어플로 정확히 눌러주면 편리하다.

 

진통측정기 어플

 

☑️ 구글 플레이스토어 다운로드 링크

 

이걸 받아서 사용했다. 뭐 여러가지 있는데 어차피 시간만 기록해주는 기능만 있으면 되니 적당히 아무거나 받아쓰면 된다. 진통어플 하루쓰고 말거라 너무 깐깐히 고려할 필요까진 없다.

 

진통어플에서 아플때 스타트 누르고, 통증 지나가면 스탑 누르면서 통증 강도를 셀프체크한다. 생리통 아픈 정도를 1단계로 놓고 눌렀는데, 1~2 단계를 왔다갔다하면서 시간이 불규칙했다. 

 

이런걸 가진통이라고 한다. 아직 진짜로 애기가 나올때가 된게 아니라 가짜 진통이라는 뜻이다. (가짜라기보다는 pre 의미를 붙이는게 맞을거 같지만)

 

점점 통증의 강도가 심해지면서 아 이건 좀 장난아닌데 싶고 데굴데굴 구르려고 하고 어플에도 3단계를 체크했다. 아니 이렇게 아퍼하는데 아직도 겨우 3단계야? 물어보니 애기나올때는 더 아플거 같아서 3단계로 했단다 ㅠㅠㅠ

 

그러다 어플로 체크한 진통의 간격이 5분으로 일정해지는걸 보고 바로 옷입고 미리 싸놓은 가방을 들고 출발. 이때가 밤 12시... 진통어플을 꼭 써야하는게 간격 5분이 체감상으로는 되게 긴 것 같아서 스스로는 알기가 어렵다. 

 

당시 우리가 드라마보면서 기다리고 있어서 감이 좀 안왔다. 당사자는 엄청 아프고 자주라고 하는데 옆에 가족들은 한시간에 3~4번 아니야? 아직 아닌거 같은데 라며 태연하게 이러고 있었다.

 

3. 자연분만

예정일-7 / 출산

 

아기 처음 나왔을 때
안녕 아가야? 세상에 온 걸 환영해 ^^

12시에 병원에 도착해서 4시에 아기가 나왔으니 4시간 채 안걸린 셈이다. 비교적 순산이었다고 본다. 아니면 너무 진통을 참다가 병원에 늦게간걸수도...;;;

 

병원에 도착해서 분만실로 직행하고 검사하니 이미 자궁문이 5cm가 열려있다고 했다(!?) 분만실 침대로 옮겨 걸어가는데 피가 줄줄 떨어지기 시작. 통증이 엄청 심해져서 바로 무통주사를 맞고 안락모드로 들어감

 

이때 걱정되는건 무통주사 효과가 끝나고 그다음에 막상 애기나올때 아프면 어떡하지 였는데, 어차피 무통주사고 뭐고 애기나올때는 하늘이 핑 돌정도로 극도로 아프다...고 한다.

 

처음에 간호사가 한 얘기는 잘 나오면 8~9시 정도에는 볼 수 있겠어요 였다. 네? 아침 8시요? O_O 잘나오면 2~3시간만에 쑴뿡하고 순산하는거 아닌가 기대했는데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나

 

아무튼 무통주사를 맞고 편하게 누워있으면서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기다렸다. 이때도 계속 진통이 오는데 주사의 힘으로 3단계 → 1단계 정도로 낮아짐. 그리고 4단계 → 2단계 정도가 오고, 무통주사 효과가 있어도 통증이 느껴질 수준이 되었다.

 

30분/1시간 마다 간호사가 와서 보더니 2시쯤 됐을때 이제 '힘주기' 를 해본다고 했다. 분만 리허설 이런거 안하고 가도 어차피 알려주는대로 하면 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똥싸듯이 힘을 주는건데 자궁수축 진통이 올때 맞춰서 힘을 주어야 한다.

 

이때부터 극도의 통증이 따라옴 안그래도 아픈데 거기에 힘줘서 더 아프게 쭈욱 조이니까 얼마나 아프겠음 안겪어봤지만 옆에서 보는것만 해도 아팠다. 힘도 한 10초 정도씩 숨참으며 진드간히 주어야 해서 얼굴도 시뻘개짐. 

 

그렇게 한참을 하니 아기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진을 하면서 건드리다가 양수가 터졌다. 보통 양수가 터져서 병원에 가는 경우가 있고 아니면 우리처럼 진통 간격이 줄어들거나 또는 출혈이 있어서 가는 경우 등 다양하다.

 

머리가 약간 눌려야 산도로 잘 빠져나오니 이번에는 다리를 옆으로 뉘워서 힘주는걸 또 한 30분 했다. 산모는 기진맥진, 힘도 안들어가고 아파 죽겠는데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가야한다.

 

옆으로 다리뉘워서 힘주는건 남편과 같이 30분정도 하고, (말이 30분이지 한번 진통오고 아파죽겠는데 그때 힘까지 주려면 사람 까무러친다. 근데 그걸 진통 올때마다 한번씩 계속해야됨 ㅠㅠ) 다시 간호사 주도하게 정자세로 또 한참동안 힘주기를 한다.

 

분만 당시 사진
엄마와 아가와의 첫만남

그러다 이제 '아기 받을 준비 할게요' 라고 하면 진짜 마지막이다. 의사선생님은 분만실에 아기 나올때 다되어서 마지막에 온다. 회음부를 절개해서 아기가 잘 나오도록 + 심한 상처가 불규칙하게 생기지 않도록 하고 계속해서 힘을 줘서 아기를 밀어낸다. 

 

마지막 순간은 진짜 비명으로 뒤덮힌 분만실에 아드레날린이 가득차 있는 느낌. 극도의 긴장속에 산모는 참고 또 참으며 한번더 마지막 한번더 힘주기를 반복하고 마침내 아기가 나온다. 아 그때를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도네 당시에는 울지도 않았는데.

 

혹자는 아기가 피투성이가 되어서 나오는 장면을 보면 트라우마를 가져오기도 한다는데, 그런건 없었다. 원래 다 그런건데 뭐... 그냥 신기하고, 마치 꿈을 꾸고 있는듯한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나에게 무슨일이 일어난거지? 이런 생각도 들고 ^^

 

인큐베이터 아기사진

신생아실에서 씻고 나오니 뽀샤시해진 아가. 출산 직후에는 오동통 불어있다.

 

4. 출산시 남편이 해야할 일들

산모가 출산을 하는동안 남편이 해야할 일들도 있다. 그렇다고 막 바쁜 정도는 아니고... 보호자로서 몇가지 챙기는 정도이다.

 

입원할 병실 선택

다인실 1인실 종류와 가격에 맞춰서 고른다.

 

영양제, 회음부 상처회복 크림 등 구매서 작성.

분만하는 병원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미리 확인해서 상의해놓으면 좋을듯

 

탯줄 자르기

은근히 떨린다 진짜 잘라도 되나? 싶고 ㄷㄷㄷ

 

아기 신체 육안검사

옆쪽에서 간단히 피를 닦고 확인하는데 그때 동석해서 같이 본다. 콧구멍 두개고 귀 두개고 손가락 발가락 다섯개씩 있고 똥꼬 뚫려있고 막 이런식으로 확인시켜줌. 

 

무슨 상품 품질확인하는거 같기도 해서 기분이 이상한데 혹시나 아기가 문제가 있다면 바로 발견해서 치료를 해야하니 집중해서 같이 잘 본다.

 

출산후 각종 심부름 및 문의

산모는 걷지도 못하고 한동안 누워있어야 하니 병원에 물어보거나 필요한걸 나르는 등 여러 심부름을 부지런히 해준다.

 

이렇게 며칠 병원에서 회복후 산후 조리원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렇게 세상 걱정하더니 보란듯이 이겨내고 아가를 순산한 아내가 새삼 대단하고 기특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