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일주일 완벽 여행코스 베이루트부터 바알벡까지
중동의 작은 보석 같은 나라 레바논은 고대 페니키아 문명의 흔적부터 로마 제국의 웅장한 유적, 그리고 현대적인 도시 풍경까지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는 곳이다.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이 나라는 놀랍도록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수천 년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문화적 보고이기도 하다. 지난 가을, 나는 7일 동안 레바논의 주요 도시와 유적지를 순회하는 여행을 떠났다.
활기찬 수도 베이루트에서 시작해 세계 최대 규모의 로마 신전이 있는 바알벡, 중세의 향기가 느껴지는 트리폴리,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카디샤 계곡까지 - 이 여정은 역사, 문화, 자연,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완벽하게 조화된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이 글에서는 레바논을 일주일 동안 효율적으로 탐험할 수 있는 나만의 여행 코스와 현지에서 얻은 꿀팁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일차: 베이루트 도심 탐험하기 🏙️
다마스쿠스, 카이로와 함께 중동의 '파리'라 불리는 베이루트는 내 레바논 여행의 첫 목적지였다. 공항에서 숙소인 르 그레이 호텔(Le Gray Beirut)로 이동한 후, 곧바로 도시의 중심부인 다운타운 베이루트로 향했다. 이곳은 한때 내전으로 폐허가 되었던 곳이지만, 현재는 세련된 건물들과 고급 부티크, 레스토랑이 즐비한 현대적인 지역으로 변모했다.
다운타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무하마드 알-아민 모스크였다. 2008년에 완공된 이 푸른 돔의 모스크는 오스만 제국 양식을 따른 건축물로, 웅장한 크기와 아름다운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모스크 옆에는 성 조지 마론파 성당이 있어, 이슬람과 기독교 건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레바논은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어우러진 국가로, 이런 공존의 모습은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오후에는 베이트 베이루트(Beit Beirut)라 불리는 박물관을 방문했다. 이곳은 한때 내전 당시 저격수들의 은신처로 사용되었던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레바논 내전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총알 자국이 남아있는 벽과 당시 사진들은 이 도시가 겪었던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해주었다. 특히 평화를 주제로 한 현대 예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레바논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저녁 무렵에는 지중해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인 코르니쉬(Corniche)를 거닐었다. 해질녘 코르니쉬는 조깅하는 현지인들, 바다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연인들, 그리고 옥수수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상들로 활기가 넘쳤다. 비둘기 바위(Pigeon Rocks)라 불리는 해안가의 자연 아치를 배경으로 일몰을 감상하며 첫날을 마무리했다.
▲ 다운타운 베이루트는 내전 후 완전히 재건되어 현대적인 건물과 역사적 건축물이 공존한다
▲ 코르니쉬는 지중해를 따라 약 4km 길이로 조성된 산책로로, 현지인들의 휴식 공간이다
▲ 비둘기 바위는 베이루트의 상징적인 자연 명소로, 특히 일몰 시간에 방문하면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2일차: 베이루트 문화지구 도보 탐방 🍹
베이루트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둘째 날은 도시의 여러 지구를 도보로 탐방하는 일정을 잡았다.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서 첫 번째 목적지인 젬마이제(Gemmayzeh) 지구로 향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건축물이 잘 보존된 이 지역은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로 트렌디한 카페와 바, 아트 갤러리가 들어서 있었다.
젬마이제의 메인 거리인 구로 거리(Rue Gouraud)를 따라 걸으며 노천 카페에서 레바논 전통 아침 식사인 '만쿠쉐'를 맛봤다. 중동식 피자라고 할 수 있는 이 음식은 얇은 반죽 위에 자타르(타임, 참깨, 소금, 향신료를 섞은 것)와 올리브 오일을 바른 간식인데, 아침부터 현지인들로 북적이는 가게를 보니 이 음식이 얼마나 인기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오후에는 아슈라피에(Achrafieh) 지구로 이동했다. 이곳은 베이루트에서 조금 더 고급스러운 주거 지역으로, 특히 수르소크 하우스(Sursock House)가 인상적이었다. 19세기 말에 지어진 이 건물은 현재 현대 미술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오스만 제국과 이탈리아 건축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끌었다. 실내는 화려한 샹들리에와 대리석 계단,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 장식되어 있어 레바논의 과거 귀족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저녁은 베이루트의 또 다른 활기찬 지구인 함라(Hamra)에서 보냈다. '베이루트의 샹젤리제'라 불리는 이곳은 대학가 근처에 위치해 젊은 층으로 붐비는 거리다. 다양한 레스토랑, 카페, 서점이 늘어선 함라 거리에서는 중동의 활기와 서구의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현지 대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작은 펍에서 레바논 맥주 알마자(Almaza)와 함께 메제(중동식 전채요리 모음)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베이루트는 한 도시 안에서도 지구마다 확연히 다른 매력과 분위기를 갖고 있어서 마치 여러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역사적 아픔을 딛고 활기차게 발전하는 이 도시의 에너지는 정말 인상적이었고, 흔히 중동 지역에 대해 갖는 선입견이 완전히 깨지는 경험이었다.
3일차: 베이루트 근교 당일치기 여행 🏞️
베이루트에 머물면서 셋째 날은 근교의 자연 명소들을 탐방하는 데 할애했다. 첫 번째 방문지는 베이루트에서 약 18km 떨어진 제이타 동굴(Jeita Grotto)이었다. 세계 7대 자연경관 후보에 오른 적 있는 이 석회암 동굴은 상부와 하부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 독특한 매력을 자랑한다.
하부 동굴은 보트를 타고 탐험했다. 어둠 속에서 오직 조명만으로 비춰진 동굴 내부는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물 위로 비치는 종유석과 석순의 반사광이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 동굴의 지하수가 레바논인 100만 명 이상에게 식수를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동굴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1836년 윌리엄 톰슨 목사가 우연히 발견한 이 동굴은 자연이 수백만 년에 걸쳐 만들어낸 걸작이라고 한다.
상부 동굴은 도보로 탐험했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종유석 중 하나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굴 내부의 온도는 연중 일정하게 유지되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피난처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자연의 조각품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생각하니 경외감이 들었다.
오후에는 하리사 산(Mount Harissa)으로 이동했다. 해발 650m에 위치한 이곳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는데,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주니에 만(Bay of Jounieh)과 지중해의 전망이 장관이었다. 산 정상에는 '레바논의 성모 마리아'로 알려진 15톤 무게의 거대한 흰색 성모상이 서 있다. 1908년에 세워진 이 동상은 레바논 기독교인들의 중요한 순례지로, 종교적 의미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인상적인 예술 작품이었다.
하리사에서 바라본 일몰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였다. 붉게 물든 지중해와 그 아래 펼쳐진 주니에 도시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한 레바논인은 "레바논은 아침에 스키를 타고 오후에 해변에서 수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라고 자랑했는데, 실제로 이 작은 나라의 지형적 다양성은 놀라웠다.
베이루트로 돌아와 저녁은 함라 지구에 위치한 35 룸스(35 Rooms) 호텔 주변의 현지 식당에서 해결했다. 레바논의 국민 음식인 키베(쇠고기와 불가루를 섞어 만든 요리)와 타불레(파슬리 샐러드)를 맛보며 하루 동안의 여정을 곱씹어 보았다. 아랍 음식은 기대 이상으로 신선하고 맛있었다. 특히 여러 가지 메제(전채요리)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식문화는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어 매 끼니가 즐거웠다.
4일차: 바알벡으로 떠나는 역사 여행 🏛️
넷째 날은 베이루트를 벗어나 레바논에서 가장 유명한 고대 유적지인 바알벡(Baalbek)으로 향했다. 베이루트에서 약 85km 떨어진 이곳은 베카 계곡(Bekaa Valley)에 위치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로마 시대 신전들로 유명하다.
바알벡은 그 규모와 웅장함에 압도되는 곳이다. 처음 이 유적지에 도착했을 때, 거대한 기둥들과 돌들이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은 마치 영화 세트장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 고대 로마인들이 기원전부터 건설한 유적이다. 주피터 신전은 가장 큰 건물로, 원래 54개의 거대한 기둥이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6개만 남아있다. 높이가 무려 22미터에 달하는 이 기둥들은 2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연재해와 전쟁을 견뎌왔다.
바커스 신전은 주피터 신전보다 작지만 더 잘 보존되어 있어 로마 건축의 정교함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신전 내부의 조각들과 돌 천장의 디테일은 당시 건축 기술의 수준이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케 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바알벡의 건설에는 수만 명의 노동자가 동원되었으며, 일부 돌은 무게가 800톤이 넘는다고 한다. 현대 기술로도 옮기기 어려운 이 거대한 돌들을 어떻게 운반하고 쌓았는지는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미스터리라고 한다.
흥미로웠던 점은 이 지역이 현재 헤즈볼라의 활동 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관광객들에게는 놀라울 정도로 평화롭고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방문 전에 현지 상황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바알벡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당일치기로 방문하고 떠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현지인의 추천으로 바알벡 마을에 위치한 역사적인 팔미라 호텔(Palmyra Hotel)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 호텔은 20세기 초 중동을 여행했던 많은 유명인사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객실은 현대적인 편의시설은 부족하지만, 앤티크 가구와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호텔 테라스에서 바라본 바알벡 유적의 일몰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밤이 되자 은은한 조명이 켜진 신전은 신비로운 분위기로 변했고, 현대의 소음과 혼잡함에서 벗어나 고대의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
저녁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레바논 전통 음식으로 해결했다. 특히 베카 계곡은 레바논 와인의 주요 생산지로, 수천 년의 와인 제조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지에서 생산된 와인과 함께 즐긴 식사는 하루의 완벽한 마무리였다. 신기하게도 중동 국가임에도 레바논은 와인 생산과 소비가 활발한 나라다.
레바논 주요 여행지 특징
- 베이루트 도심
- 활기찬 수도로 현대와 전통이 공존
- 다양한 문화지구(젬마이제, 함라, 아슈라피에)
- 지중해를 따라 조성된 4km 길이의 코르니쉬 산책로
- 내전 역사를 간직한 베이트 베이루트
- 자연 명소
- 제이타 동굴 - 상하부로 나뉜 석회암 동굴, 식수원
- 하리사 산 - 15톤 무게의 성모상, 케이블카
- 카디샤 계곡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고대 수도원
- 신의 삼나무 - 레바논의 국가 상징, 수천 년된 나무들
- 역사 유적지
- 바알벡 - 세계 최대 로마 신전 단지
- 비블로스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속 거주 도시 중 하나
- 트리폴리 - 오스만 제국 시대 건축물과 시장
- 시돈과 타이어 - 고대 페니키아 항구 도시
- 음식 문화
- 메제 - 다양한 전채요리 모음
- 키베와 타불레 - 레바논 대표 요리
- 만쿠쉐 - 중동식 피자, 아침 식사로 인기
- 레바논 와인 - 베카 계곡 중심의 수천 년 와인 전통
5일차: 비블로스와 트리폴리 방문 🏰
시원한 베카 계곡에서의 하룻밤을 뒤로하고, 5일차에는 지중해 연안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며 두 개의 중요한 도시를 방문했다. 먼저 도착한 곳은 비블로스(Byblos, 현지명 Jbeil)로,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속적으로 사람이 살아온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놀랍게도 이 도시의 역사는 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비블로스'라는 이름에서 '성경(Bible)'이라는 단어가 유래했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비블로스의 구시가지는 좁은 돌길과 아름다운 건축물로 가득했다. 특히 12세기에 지어진 십자군 성채가 인상적이었는데, 이 성은 페니키아, 로마, 비잔틴, 아랍 등 다양한 문명의 흔적 위에 지어져 있었다. 성벽에 올라가 내려다본 푸른 지중해와 옛 항구의 전경은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구시가지의 작은 시장은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활기찼다. 특히 해안가 레스토랑들은 신선한 해산물 요리로 유명했다. 점심으로는 현지 어부들이 아침에 잡아온 생선으로 만든 요리를 맛봤는데, 레몬과 허브를 곁들인 간단한 조리법임에도 그 맛은 환상적이었다. 식사 후에는 비블로스 항구 주변을 산책하며 이 고대 무역 중심지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끽했다.
오후에는 비블로스에서 북쪽으로 약 40km 떨어진 트리폴리(Tripoli)로 이동했다. 레바논의 두 번째 큰 도시인 트리폴리는 오스만 제국 시대의 건축물들이 잘 보존된 곳으로, 특히 그 미로 같은 구시가지(Old Town)가 유명하다. 맘루크와 오스만 시대의 건축물들, 오래된 시장(수크), 공중목욕탕(하맘), 그리고 수많은 모스크들이 이 도시의 이슬람 문화유산을 보여주고 있었다.
트리폴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14세기에 지어진 타일의 성채(Citadel of Raymond de Saint-Gilles)였다. 이 십자군 요새는 도시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웅장하게 서 있었고, 성벽에 올라가니 트리폴리의 파노라마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성 내부에는 당시 십자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물들이 있었고, 가이드는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가 이 지역에서 어떻게 충돌하고 또 공존해왔는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녁에는 트리폴리 근처 엘 미나(Al Mina) 지역에 위치한 비아 미나 호텔(Via Mina Hotel)에 체크인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 호텔은 전통적인 지중해 스타일로 꾸며져 있어 현지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저녁 식사는 호텔 근처의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했는데, 특히 레바논식 그릴 생선과 해산물 타진(북아프리카식 스튜)이 맛있었다. 식사 후에는 엘 미나의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지중해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6일차: 카디샤 계곡과 레바논 삼나무 🌲
여행의 여섯째 날은 레바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 경관 중 하나인 카디샤 계곡(Qadisha Valley)을 탐험하는 데 할애했다. '신성한 계곡'이라는 뜻을 가진 이 곳은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깊은 종교적,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침 일찍 엘 미나를 출발해 약 36km 거리의 산악 지대로 이동했다. 해안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도로는 급커브가 많았지만, 그만큼 숨 막히는 전망을 선사했다. 점점 고도가 높아질수록 지중해성 기후에서 알파인 기후로 변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카디샤 계곡에 도착하니 깊은 협곡과 울창한 숲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 계곡은 초기 기독교 시대부터 수많은 수도사들의 은신처였다고 한다. 7세기경 이슬람의 확장과 종교적 박해를 피해 많은 기독교인들, 특히 마론파 기독교인들이 이 깊은 계곡에 수도원을 세우고 은둔 생활을 했다고 한다. 계곡 곳곳에는 바위를 파서 만든 작은 교회들과 수도원들이 있었는데, 이런 구조물들이 어떻게 그 험준한 지형에 지어질 수 있었는지 경이로웠다.
가이드와 함께 약 4시간 동안 계곡을 따라 하이킹을 했다. 트레일은 때로는 가파르고 험했지만, 그만큼 보상으로 주는 경치는 놀라웠다. 특히 쿠즈하예(Qozhaya)에 위치한 성 안토니 수도원은 가장 인상적인 장소 중 하나였다. 11세기에 설립된 이 수도원은 여전히 활발히 운영 중이며, 중동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기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수도원 내부의 고요함과 영적인 분위기는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느낌을 주었다.
오후에는 계곡에서 조금 더 올라가 레바논의 국가 상징인 '신의 삼나무'(Cedars of God) 숲을 방문했다. 해발 2,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한 이 숲은 한때 레바논 산맥 전체를 뒤덮었지만, 현재는 보존 구역으로 지정된 몇 안 되는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수천 년 된 이 거대한 삼나무들은 성경에도 언급될 정도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솔로몬 성전과 이집트의 배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는 이 나무들은 레바논의 국기에도 등장하는 국가적 상징이다. 고대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이 숲에서는 몇 그루 남지 않은 천년 삼나무들의 웅장함에 압도되었다. 수령이 3,000년이 넘는 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시간의 깊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삼나무 숲 탐방을 마치고 베이루트로 돌아가는 길은 멋진 산악 풍경을 선사했다.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내려가며 넓게 펼쳐진 베카 계곡과 지중해의 전경이 차창 밖으로 펼쳐졌다. 베이루트에 도착해서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숙소인 리비에라 호텔(Riviera Hotel Beirut)에 체크인했다. 지중해를 바라보는 이 5성급 호텔은 화려한 수영장과 우아한 시설로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완벽했다.
저녁에는 호텔 루프탑 바에서 칵테일을 즐기며 바다 위로 떨어지는 노을을 감상했다. 지중해의 시원한 바람과 레바논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지금까지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 내내 만났던 레바논 사람들의 환대와 다양한 문화적 경험,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까지 - 모든 것이 예상을 뛰어넘는 풍성한 경험이었다.
7일차: 남부 레바논의 역사 탐험 🌊
마지막 날은 레바논의 남부 지역을 탐험하는 일정으로 시작했다. 베이루트에서 남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시돈(Sidon, 아랍어로는 사이다/Saida)이 첫 번째 목적지였다. 페니키아 시대부터 중요한 항구 도시였던 시돈은 풍부한 역사적 유산을 간직하고 있었다.
시돈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은 단연 13세기에 십자군에 의해 지어진 해상 성채(Sea Castle)였다. 작은 섬에 위치한 이 성은 좁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한때 십자군이 이 지역을 통제하기 위한 요새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성채 위에 올라가니 지중해의 푸른 물결과 시돈의 항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수백 년 동안 이곳이 어떤 역할을 했을지 상상하며 고대 뱃사람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성채 관람 후에는 시돈의 올드 수크(Old Souk)로 향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이어지는 이 전통 시장은 향신료, 수공예품, 전통 의류 등을 파는 가게들로 가득했다. 특히 비누 공장(Soap Factory)이 인상적이었는데, 18세기부터 이어져 온 전통 방식으로 올리브 오일 비누를 만드는 곳이었다. 현지인의 추천으로 레바논 전통 과자인 바클라바(Baklava)와 마물(Mamoul)을 맛보았는데, 달콤하고 견과류가 풍부한 이 디저트는 현지 커피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시돈에서의 관광을 마치고 남쪽으로 약 40km 더 내려가 타이어(Tyre, 아랍어로는 수르/Sour)에 도착했다. 페니키아의 또 다른 중요 항구 도시였던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로마 시대 유적으로 유명하다. 특히 로마 시대 히포드롬(경마장)이 놀라웠는데, 2세기에 지어진 이 거대한 구조물은 약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마장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고대 로마인들이 이곳에서 경마 경기를 관람하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타이어에서는 지중해 해변도 방문했다. 맑고 푸른 물이 인상적인 이 해변은 로마 유적과 함께 도시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현지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신선한 생선 요리로 점심을 해결했다. "사마케 하라"(Samake Harra)라는 매콤한 소스를 곁들인 생선 요리는 레바논 해안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향신료의 풍미가 가득했다.
오후에는 시돈으로 돌아와 알 콸라 부티크 호텔(Al Qualaa Boutique Hotel)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시돈의 해상 성채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자리한 이 레스토랑은 역사적인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전통적인 레바논 건축 양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석양에 물든 바다와 성채의 실루엣은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완벽한 풍경이었다.
저녁에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레바논 전통 음식인 메제(Meze)의 풀코스를 즐겼다. 후무스, 타불레, 바바 가누시, 라반 치즈 등 여러 가지 작은 접시들로 구성된 이 식사는 레바논 음식 문화의 핵심을 보여줬다. 식사와 함께 마신 레바논 와인은 오랜 역사를 가진 이 지역의 와인 생산 전통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일주일간의 레바논 여행을 돌아보니, 이 작은 나라가 가진 놀라운 다양성과 깊은 역사에 감탄했다. 베이루트의 활기찬 현대 도시 풍경부터 바알벡의 웅장한 로마 유적, 그리고 카디샤 계곡의 고요한 자연과 영성까지 - 레바논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풍부한 경험을 선사했다. 종교와 문화가 복잡하게 얽힌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와 회복력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내일 아침 일찍 베이루트 공항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레바논에서의 추억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 중동 여행을 생각한다면, 레바논은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 아닐까 싶다. 종종 미디어에서 보도되는 불안정한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 레바논은 풍부한 역사,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사람들이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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