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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싫어질 때면 가는 신동순대국

칼 비테 2024. 3. 5.

너무 짜증나서 다 그만두고 싶을때면 찾는 곳이 있다. 영통 신동순대국이다. 한적한 이 곳을 찾아 소주 한두병과 술국을 들이키며 홀로 허공에 욕설을 하고 나오곤 한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내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다.

 

수인분당선 영통역과 망포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지만 행정구역 상으로는 영통동도 망포동도 아닌 신동이다. 옆에 이마트 트레이더스 근처에 신동 카페거리가 있는데, 그래서 여기도 이름이 신동순대국이다.

오늘도 꿀꿀해서 가서 술이나 한잔 할까 하다가 참고 차라리 포스팅 하나라도 더하려고 자리에 앉았다.

지난번 작성한 수원 영통 맛집 베스트10에서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약간 외진 곳에 있는 이런 곳이야말로 혼밥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눈치볼 것도 없고. 시간에 쫓기지도 않고 느긋하게 여유로운 술을 마실 수 있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라서 내부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세련된 편은 아니다. 오히려 오래되고 낡은 노포의 느낌이 나는 곳이다. 좌석은 반은 입식, 반은 좌식이다.

요즘에 좌식 좌석을 아직까지 남겨두고 있는 곳을 찾기 힘든데 여기는 드문 곳이다. 좌식 테이블에 혼자 앉아서 느긋하게 먹으면 더 여유로운 느낌.

신동순대국 가격

 
  • 순대국 보통 8900원
  • 순대국 특 9900원
  • 술국 17000원

왠만하면 순대국 특으로 먹고 소주 두 병 까고싶다 하면 처음부터 술국을 시키는 편이다. 풀 데가 없어서 술에 의존하는 것도 일종의 현실 도피인 셈이고, 사실 불쌍하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니...

순대국 특이다.

사장도 상주하지 않는 것 같고 오토매장마냥 돌아가지만 맛 하나만은 한결같고 뛰어나다. 동네 단골들만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니 뭐.

직원도 동남아도 아니고 신기해서 물어보니 네팔에서 왔단다.

신동순대국 특신동순대국 특

생순처럼 메뉴에서 순대만, 고기만 선택하는 건 없는데 그냥 고기가 원래 많이 들어있다. 당면 순대는 딱히 먹고 싶지가 않아서 보통 고기만으로 고르곤 하는데, 여기는 애초에 푸짐하게 들어 있어서 좋다.

신동순대국 순대국 특과 소주

양은 꽤 많아서 순대국 특 한그릇에 밥 한공기면 소주 한병은 마시고 남는다.

티비보면서 혼술

이렇게 티비보고 혼자 앉아서 아시안게임을 볼 때였나보다. 신동순대국은 잊을만 하면 한번씩 정신충격 받고 가는 곳이라 놀랍지도 않다.

순대국 혼밥 맛집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여기 갈 일이 없을수록 나는 행복하게, 아니 최소한 덜 불행하게 꾸역꾸역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만간 또 한 번 들를 것 같은 느낌이다.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