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우스가 20년 만에 이타카에 돌아왔어. 근데 자기 집은 이미 남의 잔치판이 돼 있었지. 거지꼴로 들어가 개 한 마리, 활 하나로 그 판을 뒤집는 이야기임. 영화 보기 전에 읽는 원작 시리즈 5편 중 마지막편임.
이타카는 20년째 구혼자 판이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에서 못 돌아온 지 20년, 그중 표류만 따져도 10년째였다. 그 사이 이타카에서는 아내 페넬로페한테 구혼자 108명이 눌러앉았어. 매일 오디세우스 집 곳간을 축내면서도 나갈 생각을 안 했지.
아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 소식이라도 찾겠다고 필로스와 스파르타로 떠났어. 이때 여신 아테나가 늙은 남자 ‘멘토르’로 변장해 곁에서 조언을 해줬지. 오늘날 인생 선배를 ‘멘토’라고 부르는 말이 여기서 나왔어.
정작 오디세우스는 이 판에 바로 뛰어들지 않았어. 거지 노인으로 변장하고 몰래 자기 집부터 살피기 시작했지. 20년 만의 귀환인데 대문으로 당당히 못 들어가는 신세인 거임.
왜 이렇게까지 조심했냐면, 상대는 108명임. 혼자 몸으로 대문부터 들이받았다간 그 자리에서 끝날 수도 있었어. 그래서 누가 아직 자기 편인지부터 조용히 확인하는 게 먼저였음.
페넬로페, 사실 20년을 꾀로 버틴 사람이다
페넬로페는 흔히 ’20년 기다린 정숙한 아내’로만 알려져 있는데, 실상은 좀 달라. 이 사람도 오디세우스 못지않은 꾀돌이임.
구혼자들이 재혼을 재촉하자 페넬로페가 조건을 하나 걸었어. 시아버지 라에르테스의 수의를 다 짜면 그때 재혼하겠다고 한 거지. 낮에는 열심히 베를 짜고, 밤에는 그걸 몰래 다시 풀었어.
이 방법으로 3년을 벌었다. 결국 하녀 하나가 밀고해서 들통났지만, 3년이면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야. 오디세우스가 괴물들 상대로 머리를 굴리는 동안 페넬로페는 집 안에서 매일 밤 같은 수법을 반복하고 있었지.
생각해보면 이것도 보통 배짱이 아님. 매일 밤 몰래 풀다가 걸리면 그 자리에서 바로 끝나는 도박이었어. 근데 페넬로페는 3년 내내 그 도박을 혼자 이어갔지.
페넬로페의 진짜 한 수는 이게 다가 아니었어. 뒤에 나올 활 시험도 사실 이 사람이 직접 깐 판임.
개 아르고스, 그리고 몰라보는 척해야 하는 유모
거지 행세를 하며 자기 집 마당에 들어선 오디세우스 눈에 늙은 개 한 마리가 들어왔다. 이름은 아르고스였다.
아르고스는 오디세우스가 떠난 뒤로 20년을 그 마당에서 기다렸다. 늙고 병들어 몸도 제대로 못 움직이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거지꼴이 된 주인을 냄새로 알아봤다. 꼬리를 한 번 흔들었다. 그리고 죽었다.
오디세우스는 정체가 드러날까 봐 아는 척도 못 하고 얼굴만 돌렸어.
얼마 뒤엔 늙은 유모 에우리클레이아가 거지의 발을 씻기다가 어릴 적 멧돼지한테 받힌 흉터를 발견했어. 유모도 정체를 알아챘지만, 비밀은 계속 지켜졌지.
아무도 못 당긴 활, 거지 노인이 태연히 걸다
페넬로페가 결단을 내렸다. 오디세우스가 쓰던 활에 시위를 걸고, 도끼 열두 자루의 구멍을 화살로 꿰뚫는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했지. 사실상 자기가 판을 짠 거였어.
구혼자 108명이 차례로 덤벼봤지만 시위조차 못 걸었어. 활이 워낙 세서 당길 힘이 안 됐지. 다들 민망해하며 하나둘 포기했어.
이 활은 원래 오디세우스 본인 것이었어. 20년 동안 누구도 못 다루던 물건이 원래 주인 손으로 돌아온 거지.
그때 거지 노인이 나서겠다고 했어. 다들 비웃었지만 말릴 이유는 없었지. 오디세우스는 별일 아니라는 듯 활을 잡고 시위를 걸어 화살을 쐈어. 도끼 열두 자루 구멍을 한 번에 관통시켰지.
활을 다시 손에 쥔 순간부터 오디세우스는 더 이상 숨을 이유가 없었어. 그대로 구혼자들을 향해 화살을 돌렸지. 20년 치 셈을 하루 만에 다 치른 거야.
구혼자들은 순식간에 정리됐고, 그 편에 붙어있던 하녀들도 함께 처벌받았어. 잔치판이던 집이 순식간에 전쟁터로 바뀐 순간임.
진짜 마지막 시험은 활이 아니라 침대였다
구혼자들을 다 정리했는데도 페넬로페는 바로 믿지 않았어. 20년 동안 사기꾼도 숱하게 겪었을 테니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거임. 활을 다룬다고 다 남편인 건 아니니까.
페넬로페가 마지막 시험을 하나 냈다. 하녀한테 “저 사람 침대를 방 밖으로 옮겨두라”고 시켰지. 오디세우스가 발끈했어. “그 침대는 옮길 수가 없다”고.
이유는 그 침대가 살아 있는 올리브나무 그루터기를 깎아 만든 것이었다. 나무가 뿌리째 방바닥에 박혀 있어서 통째로 들지 않는 이상 옮길 방법이 없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부부 둘뿐이었다.
오디세우스 입에서 그 얘기가 나오는 순간 페넬로페가 무너졌어. 무기로도, 거지 변장으로도, 활 시험으로도 못 넘은 마지막 문턱을 둘만 아는 비밀 하나가 넘긴 거였어. 20년 만의 재회를 확정한 건 힘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도끼 열두 자루를 꿴 장면보다, 나무 침대 하나 갖고 발끈한 이 장면을 더 오래 기억하는 독자가 많아.
이후 죽은 구혼자들의 유족이 복수하겠다고 몰려왔지만, 아테나가 중재해서 화해로 끝났어. 원작 오디세이아는 이렇게 끝나.
여기까지가 원작 다섯 편 요약임. 사과 한 알에서 시작된 전쟁부터 표류, 귀향까지 이야기가 한 바퀴 돌았어. 이제 이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어떻게 풀어냈는지 확인하러 영화관에 가면 돼.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페넬로페의 수의 계략은 정확히 어떻게 한 건가
시아버지 라에르테스의 수의를 다 짜면 재혼하겠다고 구혼자들한테 약속해놓고, 낮에 짠 걸 밤마다 몰래 다시 풀었어. 이 방법으로 3년을 벌었고, 하녀의 밀고로 들통났지.
Q2) 오디세우스는 왜 바로 정체를 안 밝혔나
구혼자가 108명이나 되는 판에서 혼자 정체를 드러내면 그 자리에서 위험해질 수 있었어. 거지로 위장한 채 집 안 상황과 누가 진짜 자기 편인지부터 파악해야 했지.
Q3) 도끼 열두 자루를 화살로 꿰뚫는 게 왜 대단한 건가
도끼머리 구멍을 일렬로 세워놓고 그 구멍들을 화살 하나로 한 번에 관통시키는 거라 정렬, 활 힘, 조준을 다 갖춰야 가능해. 활 자체도 시위를 거는 것부터가 보통 힘으로는 안 되는 물건이었지. 시위조차 못 건 구혼자 108명과 비교하면 격차가 확실히 드러남.
Q4) 멘토르가 진짜 ‘멘토’라는 단어의 시작인가
맞음. 텔레마코스를 돕던 노인 캐릭터 이름이 멘토르였고, 이 이름에서 오늘날 인생 선배나 조언자를 뜻하는 ‘멘토’라는 단어가 나왔어. 사실 그 노인의 모습을 빌린 건 여신 아테나였지. 이름 자체는 그대로 굳어져서 지금까지 쓰이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