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우스가 트로이에서 이타카까지 가는 데 왜 10년이나 걸렸는지, 키클롭스부터 세이렌까지 열두 고비를 순서대로 풀어보자. 다 부하 때문이거나 자기 허영 때문이었다는 게 함정임.
알키노오스의 잔치에서 시작된 이야기
이 글은 영화 보기 전에 읽는 원작 이야기 시리즈 5편 중 4편임.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10년짜리 표류담을 다뤄.
근데 이 모험담은 호메로스가 직접 서술하는 게 아니야. 파이아케스족(오디세우스를 마지막으로 태워다 준 뱃사람들이야) 왕 알키노오스의 잔치 자리에서, 오디세우스 본인이 자기 입으로 들려주는 구조야. 오디세이아 9권부터 12권까지가 여기에 해당해.
그러니까 지금부터 나오는 얘기는 전부 오디세우스가 자화자찬 섞어서 회상하는 버전이라는 거임. 그 점을 감안하고 들으면 재미가 배가돼.
첫 사고는 트로이를 떠난 직후에 바로 터졌어. 키코네스족이 사는 이스마로스라는 도시를 약탈하다가 반격당해서 병력을 잃었지. 무슨 괴물을 만난 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들 욕심 때문에 생긴 첫 실수라는 게 포인트임.
다음은 로토파고이, 번역하면 ‘연꽃 먹는 사람들’이야. 이 동네 식물 로토스를 먹으면 고향 생각이 싹 사라져. 부하 몇 명이 이걸 먹고 안 돌아가겠다고 버텨서 억지로 끌고 왔어. 첫 번째 적은 괴물이 아니라 망각이었어.
폴리페모스 동굴, ‘아무도 아님’의 계략
자, 여기서부터가 진짜임. 다음 섬에는 외눈 거인들이 살고 있었다. 그중 폴리페모스라는 거인의 동굴에 오디세우스 일행이 갇혔지.
폴리페모스는 부하들을 하나씩 잡아먹기 시작했어. 오디세우스가 여기서 머리를 썼지. 자기 이름을 묻자 “우티스”라고 답했는데, 그리스어로 ‘아무도 아님’이라는 뜻임.
독한 포도주를 먹여 거인을 재운 다음, 불에 달군 말뚝으로 눈을 찔렀어. 폴리페모스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동굴 밖 다른 거인들한테 소리쳤지.
근데 여기서 이상한 점 하나. “누가 널 해쳤냐”고 밖에서 묻자 폴리페모스는 “우티스가, 그러니까 아무도 나를 해치지 않았다!”라고 소리쳤어. 다른 거인들은 아무도 안 그랬으면 병이겠지 하고 그냥 돌아가버렸지. 이름 하나로 구조 요청 자체를 무력화시킨 거임.
탈출도 머리로 풀었어. 눈먼 폴리페모스가 아침에 양떼를 내보낼 때 손으로 등을 만져 확인하는데, 오디세우스 일행은 양 배 밑에 매달려서 통과했지. 눈이 하나뿐인 거인을 촉감만으로 속인 거임.
배에 올라타고 안전거리까지 나온 다음이 문제였어. 오디세우스가 굳이 뒤돌아서 소리쳤지. “날 눈멀게 한 건 우티스가 아니라 이타카의 오디세우스다!” 자랑하고 싶어서 못 참은 거임.
이게 진짜 치명타였다. 폴리페모스가 진짜 이름을 알게 되자마자 아버지인 바다의 신 포세이돈한테 저주를 빌었어. 오디세우스가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해달라고, 돌아가더라도 다 잃고 늦게 도착하게 해달라고.
꾀로 거인을 이겨놓고 허영 때문에 20년을 날린 거야. 이 저주가 앞으로 나올 표류 10년의 진짜 원인이 됐어. 지혜와 자제력은 별개라는 걸 이 장면 하나가 다 보여줌.
바람 주머니를 열어버린 순간, 그리고 마녀의 섬
다음 기착지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섬이야. 역풍을 전부 자루에 담아서 선물로 줬어. 순풍만 남았으니 이타카까지 순항이었지.
근데 이게 끝이 아니었음. 이타카 해안이 눈에 보이는 순간, 오디세우스가 방심하고 잠든 사이 부하들이 사고를 쳤어. 자루 안에 금은보화가 들었을 거라 착각하고 열어버린 거임.
역풍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서 배가 다시 아이올로스 섬 앞까지 밀려났어. 코앞까지 갔다가 원점으로 되돌아간 거지. 앞으로 몇 번 더 반복될 패턴의 첫 사례였어.
다음은 라이스트리고네스족, 식인 거인족이 사는 항구다. 배 12척 중 11척이 여기서 순식간에 박살났어. 이때부터 함대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지.
남은 배 한 척으로 도착한 곳이 아이아이에 섬, 마녀 키르케가 사는 곳이야. 정찰 나간 부하들이 키르케의 약을 먹고 전부 돼지로 변해버렸어.
오디세우스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한테 ‘몰리’라는 약초를 받아서 마법을 막아냈어. 칼을 들이대며 부하들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요구했고, 결국 키르케를 굴복시켰지. 이후 일행은 이 섬에서 1년을 더 머물렀어.
저승에서 들은 이름, 그리고 세이렌의 노래
키르케가 다음 목적지를 알려줬어. 살아있는 채로 저승, 즉 하데스의 세계에 가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한테 귀향길을 물으라는 것임.
저승에서 오디세우스는 죽은 어머니와 재회했어. 그리고 트로이에서 먼저 죽은 아킬레우스도 만났지. 3편에서 성질머리로 유명했던 그 아킬레우스야.
오디세우스가 “저승에서도 왕 대접받으니 좋겠다”는 식으로 말을 건네자 아킬레우스가 정색했어. “죽은 자들의 왕이 되느니 살아서 남의 집 머슴이 낫다”고 답한 거지. 명예와 영광을 위해 죽음을 택했던 그 인물이 저승에선 완전히 다른 말을 하는 거라, 3편을 읽은 사람한테는 이 한 줄이 더 무겁게 다가와.
저승을 빠져나온 다음 만난 게 세이렌이다. 노래로 뱃사람을 홀려서 배를 좌초시키는 존재지. 부하들은 밀랍으로 귀를 막아 아예 안 들리게 했어.
오디세우스만 예외였음. 그 노래가 어떤 건지 직접 듣고 싶어서, 자기 몸을 돛대에 밧줄로 묶어달라고 했어. 노래를 듣는 동안 미친 듯이 풀어달라고 몸부림쳤지만, 부하들이 오히려 밧줄을 더 세게 조여서 살아남았지.
스킬라와 카립디스, 그리고 혼자 돌아온 배
세이렌을 지나면 좁은 해협이 나와. 한쪽엔 머리 여섯 달린 괴물 스킬라가, 반대쪽엔 배를 통째로 삼키는 소용돌이 카립디스가 있었지. 둘 다 피할 수 없는 구간이라, 오디세우스는 부하 6명을 잃는 쪽인 스킬라 편을 택했어.
이게 진퇴양난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장면임. 뭘 골라도 손해인 선택지 두 개 중에 그나마 덜 나쁜 쪽을 고른 거니까.
마지막 고비는 트리나키아 섬, 태양신 헬리오스가 기르는 소가 있는 곳이야. 오디세우스는 절대 손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굶주림에 지친 부하들이 그가 잠든 사이 결국 소를 잡아먹었어.
또 그 패턴임. 바람 주머니 열었을 때랑 똑같이, 이번에도 부하들 손에서 사고가 터진 거임. 근데 이번엔 대가가 훨씬 컸음.
제우스가 벼락을 내려 배를 통째로 박살냈다. 배 12척, 수백 명으로 트로이를 떠났던 원정대 중에서 오디세우스 혼자만 살아남았다.
표류 끝에 도착한 곳이 칼립소의 섬 오기기아다. 여기서 7년을 억류당했어.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제안까지 받았지만, 늙어 죽더라도 고향으로 가는 쪽을 택했지.
결국 파이아케스족의 도움을 받아 이타카 근처까지 왔어. 배 12척, 수백 명으로 트로이를 떠났던 원정대에서 이타카 땅을 밟은 건 오디세우스 한 명뿐이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오디세우스는 왜 10년이나 걸려서 집에 갔을까?
키클롭스 폴리페모스를 눈멀게 하고 떠나면서 진짜 이름을 자랑한 게 결정타였어. 폴리페모스가 아버지 포세이돈한테 저주를 빌었고, 그 저주가 10년 표류의 직접 원인이 됐어.
Q2) 우티스가 무슨 뜻일까?
그리스어로 ‘아무도 아님’이라는 뜻의 가짜 이름이야. 오디세우스가 폴리페모스한테 자기 이름이라고 속여서 썼지. 그래서 폴리페모스가 “아무도 나를 해치지 않았다”고 외쳤을 때 다른 거인들이 도와주러 오지 않은 거임.
Q3) 오디세우스랑 같이 떠난 부하들은 다 어떻게 됐을까?
트리나키아 섬에서 헬리오스의 소를 잡아먹은 죄로 제우스의 벼락을 맞아 전원 사망했어. 배 12척, 수백 명으로 출발했는데 이타카까지 살아 돌아간 건 오디세우스 한 명뿐임.
Q4) 세이렌은 정확히 뭘 하는 존재일까?
노래로 뱃사람을 홀려서 배를 좌초시키는 존재야. 오디세우스는 부하들 귀는 밀랍으로 막고, 자기 몸은 돛대에 묶어서 노래를 듣고도 살아남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