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가 화낸 50일, 일리아스가 다루는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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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기 전에 읽는 원작 시리즈 5편 중 3편임. 『일리아스』 하면 다들 트로이 목마부터 떠올리는데, 사실 그 얘기는 여기 없어. 10년 전쟁 중 딱 50일, 아킬레우스가 화낸 이야기가 전부다.

제목만 보고 오디세우스 얘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임. 읽어본 사람들 반응이 다 똑같음. “어, 이게 아닌데?”

오디세이 아니라 아킬레우스 얘기다

『일리아스』는 호메로스가 지은 서사시다. 트로이 전쟁을 다루는 작품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완전히 남아 있는 두 편 중 하나지.

이 작품 첫 단어부터 확인해보면 답이 나와. 원문 그리스어로 첫 단어가 “메니스”, 우리말로 “분노”야. 시 한 편을 통째로 여는 단어가 분노라는 거임.

그 분노의 주인공이 바로 아킬레우스다. 그리스 연합군 최강 전사고, 발이 빠르다는 수식어가 매번 따라붙는 인물이지. 성질도 딱 그만큼 급했어.

오디세우스는 여기선 조연에 가까워. 지략가로 몇 번 등장하긴 하는데, 이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건 아킬레우스가 왜 화났고 그 화가 어떻게 풀리는가임.

근데 딱 50일만 다룬다

트로이 전쟁은 10년을 끈 전쟁인데, 『일리아스』가 다루는 기간은 그중 딱 50일 정도야.

그것도 전쟁 마지막 해의 50일이야. 전쟁이 왜 터졌는지, 그리스군이 어떻게 트로이까지 왔는지는 아예 나오지 않아. (그 얘기는 시리즈 2편에서 다룸.)

전쟁이 어떻게 끝나는지도 나오지 않아. 나머지 9년 10개월과 결말은 호메로스가 아닌 다른 시인들이 쓴 서사시들 몫이었어. 그중 상당수가 지금은 소실됐지.

결국 『일리아스』는 10년 전쟁에서 가장 격렬했던 50일만 뚝 떼어 보여주는 작품이야. 그 50일 동안 벌어진 일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이래.

STEP BY STEP
아가멤논에서 헥토르까지, 5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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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리품을 빼앗기다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의 전리품 브리세이스를 빼앗고, 아킬레우스는 전투 참가를 거부한다
2
그리스군이 무너지다
최강 전사가 빠지자 그리스군이 헥토르가 이끄는 트로이군에 줄줄이 밀린다
3
파트로클로스가 죽다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빌려 입고 나갔다가 헥토르에게 전사한다
헥토르를 처단하고, 시신을 돌려주다
분노가 헥토르에게로 옮겨가 결투 끝에 처단하고, 프리아모스의 청을 받아들여 시신을 돌려주며 장례식으로 끝난다

아가멤논부터 헥토르 죽음까지

발단은 사소해 보이는 다툼이었다. 그리스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아킬레우스가 전리품으로 받은 여인 브리세이스를 강제로 빼앗아 갔지.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아킬레우스가 폭발했어. 화만 내는 게 아니라 아예 전투 참가를 거부해버렸지. 최강 전사가 텐트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어.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그리스군이 헥토르가 이끄는 트로이군에게 줄줄이 밀렸지. 아킬레우스 하나 빠졌다고 전세가 이렇게 기울 정도였어.

여기서 아킬레우스의 절친 파트로클로스가 나섰어. 자기라도 나가서 사기를 살려야겠다며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빌려 입고 전장으로 나갔지.

아킬레우스인 줄 알고 트로이군이 잠깐 밀리기도 했어. 하필 이 대목에서 헥토르와 정면으로 마주쳤지. 파트로클로스는 그 자리에서 전사했다.

이 소식을 듣고 아킬레우스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어. 화의 방향이 이제 아가멤논이 아니라 헥토르에게로 통째로 넘어갔지.

결국 아킬레우스는 다시 갑옷을 챙겨 입고 트로이 성벽 앞으로 나가 헥토르와 맞붙었어. 승부는 아킬레우스 쪽으로 끝났어. 헥토르는 목숨을 잃었다.

아킬레우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 헥토르의 시신을 전차 뒤에 매달아 트로이 성벽 주위를 며칠씩 끌고 다녔지. 친구를 잃은 분노가 그만큼 깊었던 거야.

트로이 성벽 앞에서 맞붙은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트로이 성벽 앞,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마지막 대결 장면

근데 트로이 목마는 안 나온다

여기서 진짜 놀라는 사람이 많음. 『일리아스』에는 트로이 목마가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해. 목마는 전쟁 막바지, 그러니까 트로이가 함락되는 시점의 사건이야. 『일리아스』는 헥토르가 죽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끝나버리거든. 목마가 등장할 시간대 자체가 없는 거임.

아킬레우스의 죽음도, 트로이 함락도 마찬가지로 나오지 않아. 그 얘기들은 전부 호메로스 이후 다른 시인들이 붙인 작품들 몫이었고, 지금은 대부분 소실됐어.

그럼 우리가 아는 목마 얘기는 어디서 온 거냐면, 크게 두 군데야. 하나는 『오디세이아』 8권. 음유시인 데모도코스가 잔치 자리에서 노래로 부르는 대목으로 잠깐 등장하거든. 그 노래를 듣던 오디세우스가 얼굴을 가리고 우는 장면까지 딸려 있어.

목마 얘기를 제일 자세히 풀어낸 건 따로 있어.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쓴 『아이네이스』 2권이야. 목마 아이디어는 오디세우스가 냈고, 실제 제작은 에페이오스라는 장인이 맡았다는 디테일도 여기 나와.

하나 더 짚고 갈 게 있음. 아킬레우스의 유일한 약점이 발뒤꿈치라는 “아킬레스건” 얘기, 이것도 『일리아스』엔 없어. 호메로스보다 훨씬 나중에 붙은 후대 전승이야. “일리아스에 이렇게 나온다”고 말하면 틀린 거니까 구분해서 알아두는 게 좋아.

트로이 성문 안으로 들어가는 트로이 목마
『일리아스』엔 없고 『아이네이스』에 자세히 나오는 트로이 목마

마지막 장면, 아버지가 찾아온다

『일리아스』의 진짜 정점은 전투 장면이 아니다. 마지막 24권, 조용한 밤 장면이지.

헥토르의 아버지, 트로이의 늙은 왕 프리아모스가 밤에 혼자 그리스군 진영으로 찾아갔다. 경호도 없이, 아들을 죽인 원수의 텐트로 직접 걸어 들어갔다.

그러고는 아킬레우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들을 죽인 그 손에 입을 맞췄다. 시신을 돌려달라고 빌었다.

아킬레우스는 고향에 있는 자기 아버지 펠레우스가 떠올랐어. 둘은 마주 앉아 각자의 이유로 함께 울었지.

결국 아킬레우스는 시신을 돌려줬어. 트로이에서는 열흘 넘게 장례를 치렀고, 『일리아스』는 딱 거기, 헥토르의 장례식으로 끝난다.

승리한 쪽의 개선도, 다음 전투 예고도 없어. 3천 년 전에 쓰인 전쟁 이야기가 마지막 장면으로 적장의 장례식을, 그것도 아버지 둘이 함께 우는 장면을 골랐어.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달라 청하는 프리아모스 왕과 아킬레우스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 청하며 아킬레우스 앞에 무릎 꿇은 프리아모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일리아스는 한마디로 무슨 얘기인가?

아가멤논에게 전리품을 빼앗긴 아킬레우스가 화나서 전투를 거부했다가,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대신 나갔다 죽자 분노의 방향을 헥토르로 돌려 처단하고,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에게 시신을 돌려주는 것으로 끝나는 이야기야. 10년 전쟁 중 딱 50일 동안 벌어진 일이지.

Q2) 트로이 목마 얘기는 어디에 나오는가?

『일리아스』엔 없어. 『오디세이아』 8권에서 음유시인이 부르는 노래로 짧게 등장하고, 자세한 서술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2권에 있지.

Q3) 아킬레스건 얘기도 일리아스에 나오는가?

나오지 않아. 아킬레우스의 약점이 발뒤꿈치라는 얘기는 호메로스보다 훨씬 나중에 붙은 후대 전승이야.

Q4) 오디세이아랑은 무슨 관계인가?

같은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한 두 작품이야. 『일리아스』는 전쟁 중 50일을, 『오디세이아』는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다루지. 시간상 앞뒤로 이어져.

ODYSSEY SERIES
영화 보기 전에 읽는 원작 이야기 5편
순서대로 읽으면 트로이 전쟁부터 귀향까지 한 줄로 이어짐


1편
노래로 전해지던 24권짜리 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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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황금사과 한 알에서 시작된 트로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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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아킬레우스가 화낸 50일 지금 보는 글


4편
키클롭스부터 칼립소까지, 10년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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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거지 노인이 활 하나로 뒤집은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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