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과 한 알에서 시작된 트로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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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기 전에 읽는 원작 이야기 시리즈 5편 중 2편이야. 10년 전쟁이 왜 터졌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 생각보다 없어. 결혼식 하객 명단에서 딱 한 명 빠뜨린 게 발단이었다고 하면 믿기나.

그 한 명이 던진 사과 한 알이 그리스 전체를 전쟁으로 끌고 갔어. 그리고 그 판을 짠 사람이 다름 아닌 오디세우스 본인이라는 게 이 편의 진짜 아이러니임.

결혼식에 초대 안 받은 여신 한 명이 벌인 일

발단은 인간 영웅 펠레우스와 바다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이었다. 신들이 죄다 초대받았는데 딱 한 명,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 명단에서 빠졌어.

초대장에서 빠졌다는 걸 안 에리스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지. 연회장 한복판에 황금사과 하나를 던져놓고 사라졌어. 사과엔 딱 한 줄만 새겨져 있었어.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

문제는 이름이 없다는 거임. 그 자리에 있던 여신들 중 누구든 자기 거라고 우길 수 있는 문구였어. 사과에 적힌 건 그 한 줄이 전부였어. 10년 전쟁의 출발점이 이거야.

결혼식 연회장에 황금사과를 던지는 불화의 여신 에리스
초대 못 받은 에리스가 연회장에 던진 황금사과, 모든 게 꼬이기 시작한 순간

세 여신의 뇌물 경쟁, 심판은 하필 목동

사과를 두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셋이 붙었다. 셋 다 물러설 생각이 없어서 결국 제우스한테까지 판정이 넘어갔는데, 제우스는 이 골치 아픈 일을 트로이 왕자 파리스한테 떠넘겼지.

당시 파리스는 왕자 신분이면서도 산에서 양을 치며 목동으로 자라던 처지였다. 그런 사람한테 갑자기 여신 셋의 자존심이 걸린 심판이 떨어진 거야.

세 여신이 각자 뭘 걸었는지는 아래 표로 정리했어.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했어.

COMPARISON
세 여신이 파리스에게 건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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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1
헤라
관장 영역
결혼과 권력
내건 조건
세상의 권력
파리스의 선택
선택받지 못함
이 사건에서 역할
무산된 카드로 남음
파리스의 최종 선택
아프로디테
관장 영역
미와 사랑
내건 조건
가장 아름다운 여인
파리스의 선택
선택받음
이 사건에서 역할
전쟁의 도화선이 됨
여신 3
아테나
관장 영역
지혜와 전쟁
내건 조건
전쟁에서의 승리
파리스의 선택
선택받지 못함
이 사건에서 역할
무산된 카드로 남음

파리스가 고른 건 아프로디테였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준다는 그 약속 하나 때문에 권력도 승전도 다 포기한 거야.

근데 그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이미 결혼한 몸이었다는 게 함정임.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였고, 남편은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였어.

파리스가 헬레네를 트로이로 데려가면서 일이 커졌어. 이걸 납치라고 봐야 하는지 헬레네가 스스로 따라간 건지는 전해지는 판본마다 다르게 나와서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워.

황금사과를 든 파리스와 세 여신, 파리스의 심판
목동 파리스 앞에 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전쟁을 부른 선택

그리스 왕들이 전부 모인 진짜 이유

헬레네가 원래 얼마나 인기 많았냐면, 그리스 전역의 내로라하는 왕과 영웅들이 죄다 구혼자로 줄을 섰어. 문제는 신랑감을 한 명 뽑는 순간 나머지 전부가 적이 될 판이었다는 거야.

이 위험한 상황을 풀어낸 사람이 오디세우스임. 누가 뽑히든 상관없이 다른 구혼자 전원이 그 결혼을 끝까지 지켜주겠다고 미리 맹세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냈어. 이게 바로 틴다레오스의 맹세다.

덕분에 헬레네는 무사히 메넬라오스와 결혼했고 다들 흩어졌어. 근데 몇 년 뒤 헬레네가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로 가버리자 그 맹세가 그대로 발동됐지. 구혼자였던 그리스 왕들 전원이 무기를 들고 모여야 하는 상황이 된 거야.

여기서 이상한 점 하나. 그 맹세를 설계한 사람이 오디세우스라는 걸 생각하면 결국 자기가 깔아놓은 판에 자기가 걸린 거야. 총사령관은 메넬라오스의 형이자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이 맡았다.

STEP BY STEP
오디세우스가 자기 꾀에 걸린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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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맹세를 설계함
구혼자가 너무 많아 분쟁이 뻔하자, 오디세우스가 누가 뽑히든 전원이 그 결혼을 지키자는 맹세를 제안함.
2
본인도 서약함
구혼자 전원이 이 틴다레오스의 맹세에 서명함. 오디세우스 자신도 예외 없이 이름을 올림.
3
헬레네가 트로이로 감
몇 년 뒤 헬레네가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로 떠나면서, 잠자고 있던 맹세가 그대로 발동됨.
오디세우스도 소집 대상이 됨
자기가 만든 조항 때문에 오디세우스 본인도 참전 명단에서 빠질 수 없게 됨.

오디세우스, 미친 척하다가 딱 걸리다

맹세 때문에 오디세우스도 참전 명단에 올라갔다. 근데 이 사람은 애초부터 이 전쟁에 나갈 마음이 전혀 없었지.

그래서 짜낸 수가 미친 척이었어. 소랑 당나귀를 한 멍에에 같이 묶어 밭을 갈기 시작했지. 원래 소끼리, 당나귀끼리 묶어야 정상인데 그것부터가 정신 나간 그림이었음.

더 결정적인 건 그 다음임. 밭에 씨앗 대신 소금을 뿌리고 있었어.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닌 짓이라 사절단도 속아 넘어갈 뻔했지.

근데 그리스 쪽 사절로 온 팔라메데스가 이걸 의심했어. 왜 하필 저렇게까지 완벽하게 미친 척을 할까 싶었던 거야. 그래서 시험을 하나 걸었지.

팔라메데스가 오디세우스의 갓난 아들 텔레마코스를 몰래 데려다가 쟁기가 지나갈 자리에 딱 내려놨어. 다가오는 쟁기, 그 앞에 놓인 갓난 아기.

정말 미쳤다면 그냥 밀고 지나갔을 텐데, 오디세우스는 쟁기 방향을 확 틀었어. 아들을 다치게 할 수는 없었던 거야.

연기는 거기서 끝났어. 미친 사람이 아니라 미친 척하던 사람이었다는 게 그 자리에서 다 드러난 거지. 결국 오디세우스는 원치 않던 전쟁터로 끌려갔어.

미친 척 밭에 소금을 뿌리는 오디세우스와 밭에 놓인 아기 텔레마코스
쟁기 앞에 놓인 아들 텔레마코스, 오디세우스의 연기가 무너지던 순간

영화 속 오디세우스가 처음부터 지쳐 보이는 이유

여기까지 온 사연을 알고 나면 영화 속 오디세우스가 왜 그렇게 피곤해 보이는지 이해가 가. 이 사람은 애초에 가고 싶어서 간 전쟁이 아니었다.

자기가 설계한 맹세에 자기가 걸려 끌려갔고, 소금까지 뿌려가며 발버둥 쳤지만 결국 실패했어. 10년 전쟁에 그렇게 시작부터 억지로 발을 들인 거야.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일리아스」를 아무리 읽어도 안 나와. 일리아스는 전쟁 10년째, 그것도 마지막 몇십 일만 다루는 이야기라 개전 과정 자체가 실려 있지 않아. 이 사연은 지금은 소실된 서사시 「키프리아」 영역이고, 후대 학자의 요약과 인용으로만 전해져.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트로이 전쟁이 터진 이유, 「일리아스」에 나올까?

안 나와. 「일리아스」는 전쟁 10년째의 마지막 약 50일만 다루는 이야기라 전쟁의 원인은 등장하지 않아. 결혼식 사과 사건부터 그리스군 소집까지는 지금은 소실된 서사시 「키프리아」 영역이라, 후대 학자의 요약을 통해서만 전해져.

Q2) 헬레네는 납치당한 건가 따라간 건가

판본마다 다르게 전해져서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워. 강제로 끌려갔다는 전승도 있고 스스로 따라갔다는 전승도 있어서, 이 시리즈에서는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지 않아.

Q3) 오디세우스는 왜 자기가 만든 맹세에 자기가 걸렸을까?

틴다레오스의 맹세는 헬레네의 구혼자들 사이 분쟁을 막으려고 오디세우스가 낸 아이디어였다. 몇 년 뒤 정작 그 맹세에 자기 이름도 올라 있었던 거라, 헬레네 사건이 터지자 본인도 소집 대상이 되어버렸지.

Q4) 오디세우스가 미친 척한 이야기, 실제 있었던 일일까?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그리스 신화, 그중에서도 소실된 서사시 「키프리아」에 전해지던 이야기야. 원문 자체는 남아있지 않고 후대 문헌의 요약과 인용으로만 지금까지 전해져.

ODYSSEY SERIES
영화 보기 전에 읽는 원작 이야기 5편
순서대로 읽으면 트로이 전쟁부터 귀향까지 한 줄로 이어짐


1편
노래로 전해지던 24권짜리 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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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황금사과 한 알에서 시작된 트로이 전쟁 지금 보는 글


3편
아킬레우스가 화낸 5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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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키클롭스부터 칼립소까지, 10년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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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거지 노인이 활 하나로 뒤집은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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