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전해지던 24권짜리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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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기 전에 읽는 원작 이야기 시리즈 5편 중 1편이야. 오디세이, 진짜 있는 책 맞아. 근데 원래는 읽는 게 아니라 부르는 노래였어. 24권이 각각 다른 이야기인지, 시리즈는 아닌지까지 이번 편에서 정리해.

오디세이, 책 맞다. 근데 원래는 노래였다

제일 많이 헷갈려 하는 것부터 짚고 가자. 오디세이, 책 맞아. 정확히는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Homeros)가 지은 서사시 『오디세이아』야. 이름부터가 주인공 오디세우스에서 따온 거지.

그런데 이건 원래 읽는 물건이 아니었어. 오디세이아는 문자로 정착되기 전까지, 그러니까 기원전 8세기경까지 수백 년 동안 사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이야기였어. 읽으라고 만든 게 아니라 부르라고 만든 노래였던 거야.

그냥 이야기가 아니라 운율까지 갖춘 노래였다. 다크틸로스 육보격이라는, 긴 음절과 짧은 음절을 규칙적으로 배열한 리듬을 여섯 번 반복하는 운율에 얹어 불렀지. 음유시인이 리라를 들고 이 긴 이야기를 통째로 외워서 불렀더라고.

외워서 부르려니 나름의 장치가 필요했어. 그래서 “장밋빛 손가락의 새벽”, “지략이 뛰어난 오디세우스”, “발 빠른 아킬레우스” 같은 수식어가 이야기 내내 계속 반복돼. 매번 새로 표현을 지어내는 게 아니라, 정해진 문구를 리듬에 맞춰 끼워 넣으면서 부른 흔적임.

호메로스라는 사람이 실제로 있었는지도 학계에서는 아직 논쟁거리다. 이걸 아예 “호메로스 문제”라고 부를 정도지. 눈먼 음유시인이라는 이미지도 후대에 덧붙은 전승이지, 확정된 사실은 아니라는 점만 알아두면 돼.

리라를 들고 서사시를 노래하는 고대 그리스 음유시인
화톳불 앞에서 리라를 뜯으며 오디세우스 이야기를 노래로 전하던 음유시인의 모습

자, 노래였다는 건 알겠고. 여기서 진짜 많이들 헷갈리는 부분으로 넘어가 보자.

24권이면 각각 다른 이야기일까

오디세이아는 총 24권으로 나뉘어 있다. 이걸 보고 “그럼 24개의 개별 에피소드 모음집인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아니야. 이게 이 글에서 제일 정확하게 짚고 가야 할 부분임.

오디세이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장편 이야기다. 24권이라는 구분은 호메로스 본인이 나눈 것도 아니고, 이야기 내용이 크게 바뀌는 지점마다 끊은 것도 아니었어.

이 구분을 만든 건 훨씬 나중,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학자들이다. 당시 책은 파피루스라는 재료로 만든 두루마리 형태였는데, 두루마리 한 개에 들어가는 분량 단위로 이야기를 잘라낸 게 지금의 24권 구분이지.

왜 하필 24개로 끊었냐면, 그리스 알파벳 글자 수가 24자라서야. 두루마리 하나하나에 알파벳 한 글자씩 이름을 붙인 거지. 그러니까 24권은 이야기의 경계가 아니라 책 보관과 유통의 경계였어.

정리하면 이래. 오디세이아는 한 편의 연속된 장편 서사시고, 24권은 그 장편을 파피루스 두루마리 단위로 잘라낸 챕터일 뿐이야. 3권과 4권을 나눠 읽어도 이야기가 뚝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음.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보관한 고대 도서관과 필사하는 학자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필사하고 분류하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학자들의 모습

근데 여기서 이상한 점 하나가 남아. 24권이 개별 이야기가 아니라면, 이건 시리즈도 아닌 걸까?

일리아스랑 오디세이아는 무슨 관계일까

그건 또 아니야. 오디세이아 자체는 시리즈가 아니지만, 그 배경이 되는 트로이 전쟁 세계관은 진짜 시리즈가 맞아.

트로이 전쟁을 다룬 서사시가 원래 8편 있었다. 이걸 통틀어 서사시권(Epic Cycle)이라고 부르지. 전쟁이 왜 터졌는지부터, 전쟁 중 이야기, 전쟁이 끝난 뒤 영웅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시간 순서대로 8편이 이어져.

작품 내용 현존
1. 키프리아전쟁의 원인부터 개전까지소실
2. 일리아스전쟁 10년째 아킬레우스의 분노현존
3. 아이티오피스아마존 여왕과 아킬레우스의 죽음소실
4. 소일리아스무구 다툼과 목마 제작소실
5. 일리우 페르시스목마 투입과 트로이 함락소실
6. 노스토이영웅들의 귀향과 아가멤논 살해소실
7. 오디세이아오디세우스의 귀향현존
8. 텔레고니아오디세우스의 최후소실

근데 이 표를 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보여. 8편 중에 지금까지 완전한 형태로 남은 건 딱 2편, 『일리아스』랑 『오디세이아』뿐이야. 나머지 6편은 소실됐어.

후대 학자 프로클로스가 남긴 요약이랑 다른 문헌에 인용된 단편으로만 대략적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상태야. 원래는 8부작이었는데 살아남은 건 2편뿐이고, 하필 그 2편이 제일 잘 쓴 작품이라 지금까지도 읽히고 있는 거지. 이게 이 시리즈 전체에서 제일 흥미로운 대목임.

그럼 이 둘 사이는 무슨 관계냐. 같은 전쟁의 앞과 뒤야. 일리아스는 전쟁이 한창이던 때 이야기고, 오디세이아는 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야. 시간상 오디세이아가 더 뒤에 와.

트로이 전쟁이 왜 터졌는지, 일리아스에는 정작 무슨 내용이 있는지는 2편, 3편에서 따로 풀 거고. 여기서는 오디세이아 하나의 구조만 잡고 가자.

오디세이아의 3부 구조

오디세이아는 크게 네 덩어리로 나눠 볼 수 있다.

STEP BY STEP
오디세이아 24권, 네 덩어리로 보면
baby.tali.kr
1
1~4권, 텔레마키아
아들 텔레마코스가 아버지 소식을 찾아 필로스와 스파르타를 돌아다녀. 오디세우스 본인은 여기 안 나옴.
2
5~8권, 칼립소 탈출
오디세우스가 칼립소 섬을 떠나 파이아케스족의 섬에 표착해. 공주 나우시카가 그를 처음 발견하지.
3
9~12권, 모험담 회상
파이아케스족 궁정 잔치에서 오디세우스가 직접 1인칭으로 지난 모험을 들려줘. 유명한 괴물 에피소드가 전부 여기 몰려 있음.
13~24권, 이타카 귀환
거지로 변장해 자기 집에 들어가고, 활 시험을 거쳐 구혼자들을 처단하고, 페넬로페와 재회해.

여기서 눈여겨볼 게 하나 있음. 오디세우스 본인은 1~4권에 아예 안 나와. 아들 텔레마코스 이야기로 먼저 문을 여는 거지.

5권에서 오디세우스가 처음 등장하는 시점도 특이하다. 트로이가 함락된 지 이미 10년이 지난 시점, 그가 칼립소라는 님프한테 붙잡혀 있는 상태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지. 전쟁 얘기부터 순서대로 풀지 않고, 이야기 한복판에서 뚝 떨어지듯 시작하는 거야.

이런 서술 방식을 라틴어로 인 메디아스 레스(in medias res, 일의 한복판에서)라고 부른다. 그 앞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중에 오디세우스 본인 입으로 회상하며 채워지는 구조임.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도 칼립소 섬에 갇힌 시점에서 시작하는 비선형 구조로 만들어졌더라고. 새로 지어낸 각색이 아니라, 원작이 애초에 이렇게 짜여 있는 방식을 그대로 따온 거야.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오디세이랑 오디세이아는 같은 말인가

맞아. 오디세이아가 정식 명칭이고 오디세이는 그 줄임 표현이야. 호메로스가 지은 서사시 이름이고, 영화 제목도 여기서 따온 거지.

Q2) 일리아스부터 읽어야 할까, 오디세이아부터 봐도 될까?

오디세이아 초반에 트로이 전쟁 관련 내용이 필요한 만큼 다시 짚어지기 때문에, 오디세이아만 따로 읽어도 이해에 큰 무리는 없어. 순서대로 보고 싶으면 일리아스를 먼저 보면 돼.

Q3) 24권 중에 유명한 괴물 이야기는 몇 권에 나올까?

9~12권에 몰려 있어. 오디세우스가 파이아케스족 앞에서 자기 모험담을 직접 들려주는 구간이라, 유명한 에피소드 대부분이 이 네 권 안에 들어있지. 자세한 내용은 시리즈 4편에서 다뤄.

ODYSSEY SERIES
영화 보기 전에 읽는 원작 이야기 5편
순서대로 읽으면 트로이 전쟁부터 귀향까지 한 줄로 이어짐
1편 노래로 전해지던 24권짜리 서사시 지금 보는 글


2편
황금사과 한 알에서 시작된 트로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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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아킬레우스가 화낸 5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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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키클롭스부터 칼립소까지, 10년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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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거지 노인이 활 하나로 뒤집은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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