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이나 인제처럼 군 훈련장이 몰린 지역에서 군 생활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훈련 중 우연히 마주친 계곡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사람 손을 덜 탄 물빛과 넓은 바위가 인근 관광지 계곡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계곡 대부분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상 통제보호구역이거나 민간인통제선(민통선, 군사분계선 인근에 그어진 민간인 출입 제한선) 안쪽에 있다는 점이다. 휴가로 찾아가고 싶어도 문이 어디 있는지부터 막막해진다.
지난 글 사람 적고 무료인 숨은 계곡 6곳에서는 훈련장 안에 있어 사단 지휘통제실에 미리 전화해야 열리는 인제 오개탕계곡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그와 별개로, 지자체나 관광공사가 정식 창구를 열어둬 신청서 한 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계곡들을 모았다.
통제보호구역과 민통선, 출입 체계는 서로 다르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은 보호구역을 통제보호구역과 제한보호구역으로 나눈다. 통제보호구역은 군사분계선에 가깝거나 군사작전 보장이 중요한 곳이라 원칙적으로 출입이 금지되고, 제한보호구역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다.
통제보호구역이나 울타리, 출입통제표찰이 설치된 군사시설에 들어가려면 관할 부대장에게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법 제9조). 표지판을 무시하고 무단으로 들어가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민통선 북쪽은 별도로 상시출입증과 임시출입증 체계로 관리된다. 상시출입증은 그 안에 사는 주민이나 영농인이 읍면동 사무소를 거쳐 관할 부대 승인을 받는 방식이고, 임시출입증은 성묘, 방문, 관광 목적으로 민통초소나 안내소에서 그때그때 신청하는 방식이다.
강원 양구 두타연 – 신청서 한 장으로 들어가는 계곡
양구군 방산면 두타리, 수입천 지류에 있는 계곡이다. 높이 10m, 폭 60여m 물줄기가 한번에 쏟아지는 두타폭포가 있고,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이기도 하다.
출입은 금강산가는길안내소에서 출입신청서와 서약서를 쓰고 신분증을 낸 뒤 위치추적 목걸이(GPS로 위치를 확인하는 출입 태그)를 받는 방식이다.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고, 최종 출입은 오후 3시, 현장 접수 마감은 오후 2시30분이다.
온라인 사전예약은 방문 예정일 20일 전부터 안보관광지 통합예약시스템에서 할 수 있고, 예약 없이 현장에서 바로 신청해도 되지만 인원이 조기 마감될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6,000원, 청소년(만7~18세) 3,000원이다. 20명 이상 단체는 성인 3,000원, 청소년 1,500원으로 낮아지고, 6세 이하,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장애인은 무료다.
정확한 위치는 두타연 네이버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내소에 상시 배정된 문화관광해설사에게 요청하면 계곡 안내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인제 대암산 용늪과 화천 비수구미, 그 외 신청형 계곡
인제 대암산 용늪은 해발 1,300m 고지에 있는 고층습원(오랜 세월 물이끼가 쌓여 만들어진 고지대 습지)으로, 1997년 국내 최초로 람사르 협약 습지에 등록됐다. 생태 보호를 위해 전면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며, 방문 10일 전까지 대암산 용늪 예약 페이지에서 신청해야 한다. 개방 기간은 매년 봄부터 10월 31일까지다.
탐방로는 두 갈래다. 서흥리길은 탐방자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왕복 5km를 5시간 정도 걷는 코스로 하루 120명까지, 가아리길은 차로 이동한 뒤 걷는 왕복 3시간 코스로 하루 30명까지만 받는다.
화천 비수구미 계곡은 배를 타면 10분, 걸어서는 해산터널을 지나 생태길을 2시간 남짓 걸어야 닿는다. 자연휴식년제(자연 회복을 위해 일정 기간 출입을 막는 제도) 기간에는 아예 출입이 제한되니 화천군 관광안내소(033-440-2575)에 미리 개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 장소 | 출입 방식 | 예약 문의 | 개방 시기 |
|---|---|---|---|
| 두타연(양구) | 신청서, 서약서 작성, GPS 목걸이 착용 | 안보관광지 통합예약(20일 전) | 연중 |
| 대암산 용늪(인제) | 서흥리길, 가아리길 도보 탐방 | sum.inje.go.kr(10일 전) | ~10월 31일 |
| 비수구미(화천) | 배 10분 또는 도보 2시간 | 화천군 관광안내소 033-440-2575 | 휴식년제 기간 제외 |
부대에 전화하면 들어갈 수 있나요
위 세 곳은 지자체나 관광공사가 부대와 협의해 만든 예외적인 탐방로다. 대부분의 군 훈련장이나 사격장 안 계곡은 이런 창구 자체가 없어, 전화를 걸어도 들어갈 방법이 없다는 게 정직한 답이다.
여름 휴가철에는 인근 부대의 사격 훈련이나 기동 훈련으로 개방 시간이 갑자기 바뀌기도 한다. 방문 전날 한 번 더 확인 전화를 해두는 게 안전하다.
아이와 함께라면 신분증(대표자 1인 이상 지참), 여벌 옷, 물, 간식을 넉넉히 챙기는 게 좋다. 화장실이나 탈의실 같은 편의시설이 없는 곳이 많고, 산속이라 통신이 잘 안 터지는 구간도 있어 지도를 미리 저장해두는 편이 낫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아이도 신분증이 있어야 하나요?
미취학 아동은 대개 보호자 신분증만으로 함께 출입이 가능하다. 다만 초등학생 이상 자녀를 포함해 가족 전원의 신분증을 요구하는 곳도 있어, 방문 전 안내소나 예약 페이지 공지를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Q2) 예약 없이 현장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나요?
두타연은 현장 접수도 가능하지만 인원이 차면 조기 마감된다. 대암산 용늪은 전면 사전예약제라 현장 신청 자체가 안 되고, 비수구미는 자연휴식년제 기간에는 사전 확인 없이는 갈 수 없다.
Q3) 비 온 다음 날에도 개방하나요?
계곡은 비가 온 뒤 수량과 유속이 급격히 늘어 위험해진다. 호우주의보가 내렸거나 전날 비가 많이 왔다면 안내소에 개방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무리해서 방문하지 않는 게 좋다.
Q4) 반려동물을 데려가도 되나요?
세 곳 모두 생태 보호 목적의 습지, 계곡이라 반려동물 동반 여부가 일반 계곡과 다를 수 있다. 방문 전 안내소나 예약 페이지에 직접 확인하는 게 확실하다.
Q5) 훈련 일정 때문에 갑자기 문을 닫기도 하나요?
그렇다. 특히 사단이 직접 관리하는 구역은 훈련 일정에 따라 개방일이 바뀔 수 있어, 예약을 마쳤더라도 방문 전날 한 번 더 확인 전화를 해두는 게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