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송호수 맛집 장원면옥 아이랑 철도박물관 가기전에 국밥
두 번째로 철도박물관을 가기로 한 날. 첫번째는 여름 땡볕이 한창일 때 다녀왔는데 두번째는 폭설이 쏟아지는 날에 오게 되었다. 그야말로 극과극인 날씨. 아이랑 철도박물관 가기전에 왕송호수 옆에 장원면옥에서 국밥과 냉면을 든든히 먹었다.
원래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유림옥이라는 곳을 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일요일 휴무라고 되어있는데 토요일인데도 문을 닫은 것이다. 이런... 회사건물 같은 곳에 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래서 급히 다른 국밥 맛집을 검색해서 가게된 곳이 장원면옥이다.
지도로 보면 철도박물관에서 가깝지만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빙 돌아서 고가도로를 통해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네비게이션 찍고 갈 때 곧이 곧대로 따라가면 시간을 날릴 수 있다.
그냥 식당 앞에 도착하면 중앙분리대가 없으니 도로를 가로질러서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네비게이션 안내대로 가다보면 쓸데없이 저 멀리까지 가서 유턴해서 가게 쪽 도로로 돌아와서 몇 분을 날린다.
1층은 필로티 주차장으로 되어 있고, 2층이 장원면옥, 3층은 곤트란 쉐리에 라는 카페다. 방송에도 나왔는지 생생정보통과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화면을 붙여두었다. (사실 이런 방송출연은 잘 믿지 않고 오히려 거르기도 하는 편이지만)
혼자 아이만 데려온 거라 3층 카페까지 가진 않았는데 저기도 무슨 프랑스 파티시에 집안의 4대로 태어나 21세부터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한 베이커리 쉐프라고 한다. 곤트란 쉐리에 이름을 딴 베이커리 카페 브랜드가 여러 지점에 있고, 여기도 그 중 하나인듯.
아무튼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장원면옥으로 올라가면
깔끔한 홀의 모습이 펼쳐진다. 평양냉면 전문점이지만 테이블 마다 후드가 달려있어서 고기도 파는 곳이다.
장원면옥 메뉴판
- 물냉면, 비빔냉면, 들기름 냉면 13000원
- 갈비탕 17000원, 전복 갈비탕 20000원
- 진국설렁탕, 한우국밥 12000원
- 그 밖에 고기 메뉴들 가격은 사진 참조
특이하게 냉면 중에 들기름 냉면이 있다. 이거 원래 들기름 막국수 그거 아닌가? 나는 냉면을 안 좋아해서 아이는 설렁탕 시켜주고 한우 국밥 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게 눈에 띄여서 시켜보았다. 들기름 막국수는 밀키트로 맛있게 해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여기 장원면옥이 아이 데리고 오기 좋은 맛집이 이유는 한쪽은 왕송호수뷰, 한쪽은 기차 철도뷰이다. 정말 뷰맛집으로는 끝판왕 수준.
물론 아이는 철도 쪽만 바라보며 전철과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큰 소리로 카운트를 했다. 눈이 펑펑내린 날이라 왕송호수 오는 손님이 거의 없어서 식당도 한산해서 다행이었다.
다른 엄마가 데려온 남자아이 역시 창가에 앉아서 계속 지나가는 기차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거기도 밥먹고 철도박물관 가는 코스였음 잠시후에 철도박물관에서 만남 ㅋㅋ
아무튼 아이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것은 기차를 좋아하기 때문일텐데 이렇게 앉혀 놓으면 너무너무 좋아한다.
반대쪽 왕송호수뷰도 운치가 있다. 눈이 이렇게 수북하게 쌓인 바깥 풍경을 보니 이제는 꿈에도 안나오는 군대 말년 시절이 갑자기 떠오른다. 이렇게 눈 쌓인 겨울날 쓸쓸함을 한없이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냈던.
보리차는 따뜻한 정도가 아니라 뜨겁게 나와서 호호 불면서 조심스럽게 마셔야 했다.
밑반찬으로는 4종의 김치가 나온다.
아이에게는 백김치만 살짝 잘라주었고 나머지는 내가 먹었지 모.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모두 아주 맛있었다.
진국설렁탕이 먼저 나왔다. 아이에게 주려고 시킨 국밥이다. 5살인데 무슨 어른 국밥 한그릇을 시키나 싶기도 하지만, 설렁탕은 혼자서 2/3 이상은 먹을 수 있는 국밥 킬러이다.
다른 반찬같은건 잘 안먹으려고 해도 국밥만은 잘먹음.
소면이 듬뿍 들어있는게 신선설농탕과는 다르다. 애한테 고기랑 밥, 국물로만 덜어서 섞어 주었더니 왜 국수는 조금만 주냐고 해서 (그것도 준 게 아니라 다른거 덜다가 딸려간거;;) 먹고 싶어? 하니까 응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소면도 왕창 덜어주었더니 포크로 냠냠 거의 다 먹었다.
설렁탕이 간은 많이 안되어 있고 오래 우려낸 것처럼 진한 깊은맛이 있다. 나도 국밥에 소금이나 다대기 쳐서 먹는 걸 안좋아하는데 담백한 국물맛이 딱 아이 주기에도 좋았다.
설렁탕을 아이가 100% 다먹은 것은 아니라 나도 몇 숟갈은 떠먹어 보았는데 밥 말아서 고기랑 한 숟갈 듬뿍 뜨고 사각한 햇김치 같이 먹어주면 진짜 맛있었다. 이게 국밥이지 이게 왕송호수지 응?
고기 건져서 가위로 썰어가지고 밥이랑 국물에 말아서 같이 비벼줌. 고기가 신선설농탕같은 우삼겹 스타일의 얇은 게 아니라, 다소 두툼한 형태여서 자칫 질기다고 할 거 같아서 자잘하게 잘라주었다.
아이가 나 어릴때처럼 조금만 질겨도 잘 못먹는데 잘라서라도 많이 먹여줘야지...
그리고 이게 들기름 냉면이다. 들기름 막국수랑 비슷한데 냉면 면발이라는 점이 다른 정도.
들기름에 버무려 먹는건데 거기에 또 수북하게 지단과 들깨 김가루가 뿌려져 있어서 고소함X고소함X고소함 이었다. 계란과 김은 설렁탕 국물에 고기만 먹는 아이에게 보태줌.
양이 되게 많았는데 맛있어서 그릇을 싹싹 비워버렸다. 첫 맛은 다소 삼삼한 느낌이었다. 국밥처럼 여기에도 간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듯. 원래 평양냉면이 좀 심심한 맛있네 장원면옥이 평양냉면집이라 다른 메뉴들도 그런가 싶다.
면발은 평양냉면이라 시원한데 들기름과 고명들이 어우러져서 고소함은 이루 말할데가 없다. 음식들이 다 인위적인 조미료로 맛을 낸 게 아니라 본연의 깊은맛에 집중하는 느낌이라 어른들이 더 좋아할 것 같은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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