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스타일 테스트를 해봤다면 ‘탐험가형’이라는 결과와 함께 마추픽추 잉카 트레일, 카파도키아, 제주 올레길을 추천 여행지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낯선 길을 따라 걷고 새로운 풍경을 만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제주 올레길은 익숙하면서도 충분히 다른 선택지다.
마추픽추와 카파도키아가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하는 해외 여행지라면, 제주 올레길은 아이와 함께도 일정에 넣어볼 수 있는 국내 코스다. 하루 종일 걷지 않아도 되고, 가족의 체력과 아이의 컨디션에 맞춰 짧은 구간만 골라도 된다. 짐 무게나 장거리 이동에 대한 부담 없이, 숙소 근처 코스 하나만 골라도 색다른 경험이 된다.
제주 올레길은 몇 코스나 될까
제주 올레길은 모두 27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제주 본섬에 23개 코스가 있고, 우도, 가파도, 추자도에 각각 섬 코스가 있다. 전체 구간을 이어 걸으면 약 437km에 이르기 때문에 한 번의 제주 여행으로 전부 걷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제주 올레길은 2007년 언론인 출신 서명숙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영감을 받아 첫 코스를 연 것이 시작이다. 이후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코스를 늘려가며 지금의 27개 코스가 만들어졌다.
코스마다 거리와 난이도가 크게 갈린다. 오르막이 거의 없어 두 시간 안팎이면 끝나는 짧은 코스가 있는가 하면, 오름을 넘고 숲길과 밭길을 지나 서너 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도 있다. 가족 여행이라면 코스별 거리와 지형을 미리 확인하고 아이 체력에 맞는 구간을 먼저 고르는 편이 낫다.
올레 패스포트와 스탬프, 완주하려면
올레길을 걸으며 기록을 남기고 싶다면 올레 패스포트를 준비하면 된다. 패스포트는 2만원이며 제주공항, 올레 여행자센터, 공식 안내소에서 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다. 온라인 구매를 원하면 ‘올레패스’ 앱에서 모바일 패스포트를 구매할 수 있다.
패스포트에는 각 코스의 출발점, 중간지점, 종점에서 찍는 스탬프가 있다. 코스를 걸은 날짜와 구간을 눈에 보이게 남길 수 있어 아이에게도 작은 미션처럼 느껴진다. 한 코스를 끝까지 걷지 못하더라도 출발점이나 중간지점까지 찍고 다음 여행에서 이어가는 방식이 가능하다.
길을 찾을 때는 조랑말 모양의 간세 표지판과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파란색 화살표는 정방향, 주황색 화살표는 역방향으로 걸을 때의 진행 방향을 가리키며, 각 코스의 시작점과 종점에는 제주 현무암으로 만든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아이와 함께라면 이 표지판을 찾는 것 자체를 걷는 재미로 삼을 수 있다.
섬 코스를 포함해 전체 완주를 하면 완주증과 완주 메달을 받을 수 있다. 중간 스탬프는 최대 3개까지 놓쳐도 완주 인정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족 여행에서는 완주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아이가 걷고 싶어 하는 만큼 기록을 쌓는 방식이 부담이 적다. 스탬프를 하나씩 채우는 재미가 다음 제주 여행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계절과 준비물
걷기 좋은 시기는 봄인 3~5월과 가을인 9~11월이다. 기온이 온화해 장시간 걷기 편하고, 아이가 땀을 많이 흘리거나 추위에 지치는 상황도 비교적 줄일 수 있다. 여름에는 덥고 습한 날이 많아 출발 시간을 앞당기고 물을 넉넉히 준비하는 편이 좋다.
겨울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 수 있지만 맑은 날이 많은 편이다. 방풍 재킷과 보온용 겉옷을 챙기고, 바람이 강한 날에는 걷는 구간을 짧게 잡는 것이 안전하다. 계절과 관계없이 긴 소매나 긴 바지를 권한다. 길에 흙길과 풀숲길이 섞여 있고 노면이 고르지 않아 피부가 풀에 닿거나 신발 안으로 작은 이물질이 들어갈 수 있다. 해안을 따라 걷는 구간은 그늘이 적은 편이라 여름에는 모자와 자외선 차단제도 함께 챙기는 게 좋다.
유모차는 올레길에서 대체로 불리하다. 흙길, 풀숲길, 오르내림이 이어지는 구간이 있어 바퀴를 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 걷기 힘든 아이와 함께라면 유모차보다 아기띠가 나은 경우가 많고, 출발 전에 해당 구간의 노면과 이동 거리를 가족의 상황에 맞춰 살펴야 한다.
가족 여행 일정에 올레길 끼워넣기
제주 가족여행 일정을 짤 때 올레길을 하루 일정으로 크게 넣으면 아이가 지칠 수 있다. 숙소에서 이동하기 편한 지역을 기준으로 반나절 정도 올레길 코스를 끼워 넣고, 걷기 전후에 식사와 휴식 시간을 두는 방식이 실용적이다.
아침에 출발해 두 시간 안팎 걷고 점심으로 이어가거나, 오전 관광 뒤 오후에 짧은 구간을 걷는 식으로 나눌 수 있다. 아이가 걷는 속도에 맞춰 중간에 멈출 수 있도록 간식과 물을 준비하고, 끝까지 걷는 것보다 가족 모두가 무리 없이 마치는 것을 우선하면 된다. 제주 2박3일 일정처럼 짧게 도는 여행이라면, 첫날이나 마지막 날 오후에 반나절 코스 하나만 넣는 식으로 계획해도 충분하다.
제주 올레길의 장점은 일정 조절이 쉽다는 데 있다. 전체 27개 코스 중 한 구간만 선택할 수도 있고, 같은 코스에서도 출발점과 중간지점 사이만 걸을 수 있다. 비행시간과 이동 부담이 큰 해외 트레킹과 달리 국내 여행 안에서 짧게 경험할 수 있어 아이의 첫 걷기 여행으로도 접근하기 좋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유모차로도 걸을 수 있나요?
올레길은 흙길과 풀숲길이 섞여 있고 노면이 고르지 않아 유모차로 걷기에는 대체로 불리하다. 바퀴가 작은 유모차는 특히 이동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걷기 힘든 아이와 함께라면 아기띠를 준비하고 짧은 구간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Q2) 완주하는 데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전체 27개 코스와 섬 코스를 합치면 약 437km이므로 한 번의 여행으로 끝내기보다 여러 차례 제주를 방문하며 나누어 걷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가족 여행에서는 하루나 반나절 단위로 구간을 나누고, 패스포트에 스탬프를 남기며 천천히 이어가면 된다.
Q3) 처음이라면 어떤 코스부터 시작하면 좋나요?
처음에는 거리가 짧고 오르막이 거의 없는 구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아이와 함께라면 예상 시간보다 여유 있게 잡고, 출발점과 종점을 오가는 교통편이나 식사 장소도 함께 고려하면 걷는 중간에 일정을 바꾸기 쉽다.